▲게임에 점점 빠져드는 학생들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
'지구촌 힘씨'는 발전소 카드, 기술 카드 등으로 이루어진다. 발전소를 짓고, 기술을 터득해, 때로는 연구 완료도 하며 국가별 미션을 완료하는 게임이다. 미션 완료에 따른 점수를 합산해 승부를 내는 게임이다.
발전소 종류로는, 핵, 화력, 풍력, 태양광, 지열, 바이오매스가 있다. 각자 특징이 있다. 가령 핵발전소는 80HW를 생산하는데, 태양광은 20HW를 생산하는 식이다.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핵발전소는 핵폐기물 처리장이 필요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폐기장이 필요하다. 그에 반해 태양광 발전소는 '태양광 발전 효율 연구 완료' 미션을 완수하면 50HW를 생산해낼 수 있다.
전반전으로 현실 반영이 잘 된 게임이지만, 발전소를 짓는 금액에 대한 부분은 없었다. 핵발전소를 지어도 얼마든지 다른 발전소로 바꿀 수 있었다. 그래서 게임 시작과 동시에 카드를 집어 든 나는 고민에 빠졌다.
'핵으로 밀어볼까?'생산 전력 80HW. 첫 미션이 100HW이기 때문에, 솔깃하다.
'핵폐기물 처리장 까이꺼, 짓지 뭐.'그럼에도 고민은 계속된다.
'아니야. 아무래도 이렇게 대안 에너지를 고민하는 곳에 놓여있는 보드게임에서 핵발전소가 좋게 나올 리는 없지.'경로를 바꿨다. 핵과 화력 발전소는 제외하고 생각한다.
차분히 전기를 생산하는데, 게임이 계속될수록 이상하게도 잘 풀리지가 않는다. 반면 내 옆에 핵발전소 덕후는 술술 풀린다.
'뭐야, 뭐가 잘못된 거지?'그 순간, 내가 간과하고 있던 '효율 연구 완료' 카드가 눈에 들어온다. 태양열과 풍력 발전소의 전기 생산이 +30HW 되는, 재생에너지로 방향을 잡은 나로서 간과해서는 안 되는 카드다. 잠시 국가별 미션을 접는다.
그때부터 나는 미래 지향적 플레이를 했다. 내 옆에 핵발전소 덕후가 국가별 미션을 계속 완료해도, '효율 연구 카드' 획득에 집중했다.
'효율 연구 카드' 외에 '재생가능 에너지 특별법 통과' 카드도 있다. 발전소를 하나 더 짓거나 기술을 하나 더 사용할 수 있는 카드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180HW를 생산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카드다. 나는 일찌감치 얻을 수 있었다.
마지막 라운드에 접어들었다. 내 점수는 60점. 90점을 달리고 있는 핵발전소 덕후에게 밀리고 있지만, 곧 뒤엎어질 것이었다. 미래는 정해져 있었다. 핵발전소 덕후가 승리하려면 '재생 가능 에너지 특별법 통과' 미션을 완료한 후에, 핵발전소 두 기, 발전소 아무거나 한 기와 핵폐기물 처리장 세 기를 지어야 했다. 확률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반면, 미래 지향적인 나는 경우의 수가 많았고, 싹쓸이가 예상됐다. 현실 반영이 잘 된 시점이었다. 재생가능 에너지는 다른 것과 공존이 잘 된다. 다만 중요한 건 끊임없는 연구이다. 더 좋은 효율을 위한 연구. 반면 핵과 화력 발전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득보다 실이 많아진다. 핵은 폐기물 처리가 대표적이고, 화력은 생산 전기의 양이 대폭 감소한다. 공존 불가능한 것은 미래가 없다.
핵발전소 덕후의 떨리는 눈빛이 보였다. 패배를 눈앞에 둔 자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자, 이제 정리할게요~!"………"네?""뭐라구요?""아직...안 되는데..."그렇게 나는 핵발전소 덕후에게 패배하고 말았다...
정의구현은 보기 좋게 실패했다.
아쉽지만 정리하는 수밖에,
"야, 이거 꼭 사자고 하자. 학교에 둬야겠어."핵발전소 덕후도 맘에 드는 눈치다.
보드게임 후에는 강의가 이어졌다. 강사는 김소영 성대골 대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