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아이 나이는 만3세, 어린이집에 입소한 지 2년 차가 되었다. 입소 당시 어린이집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지만, 하원 후 어린이집 생활을 즐겁게 일러주는 아이의 모습을 보니 서서히 안심이 되었다. 특히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친절함과 꼼꼼함은 일반 학교와 뒤지지 않을 정도로 우수해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었다.
그러던 지난 2월 어린이집으로부터 사진첩을 받았다. 지난해 아이의 어린이집 활동을 사진으로 인화해 보내준 것이다. 평소 부모가 해주지 못한 것을 어린이집이 대신해주어 고마움이 들었지만, 내심 불편함도 존재하였다. 앨범에 동봉된 봉투 때문. 앨범 제작 여부에 대한 동의과정 없이 어린이집에서 일방적으로 앨범 제작비를 현금(봉투)으로 요구한 것이다.
아내와 상의 끝에, 다음부터는 앨범 제작 시 수요조사 및 통장 납부를 하도록 담당 보육교사에게 의견을 전달했지만, 이러한 사소한 요구가 도리어 아이에게 해가 되지 않을까 뒷걱정이 들었다. 그리고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길 바랐고, 유사한 일이 발생한다면 되도록 앞에 나서지 않기로 마음먹기도 하였다. 하지만 어린이집 관련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새 학기가 시작되자 어린이집에서 특별활동 실시 동의서를 각 가정에 보내왔다. 서류상으로는 특별활동을 부모 등 보호자가 선택할 수 있으나, 사실상 반강제적으로 신청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었다. 특별활동 실시 시간대가 정규 보육과정에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 내 아이가 특별활동에 배제되어 생기는 열등감, 상대적 박탈감, 차별 등 악영향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각 어린이집에서는 보건복지부 지침에 따라 특별활동 미신청자에 대한 대체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하지만 대다수 부모들은 이 지침에 의구심을 갖는다. 특별활동 미신청자는 거의 없을 것이고, 담당 보육교사가 특별활동 관리에만 집중할 것이라는 예상을 한다. 결국 이러한 의구심이 해소되지 않는 이상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특별활동을 신청할 수밖에 없다.
참고로 특별활동비 및 특성화교재비는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정한 상한선이 있는데, 기자 주거지인 광주광역시의 경우 특별활동비 월 5만5000원 특성화교재비 월 3만 원 이상 거두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대다수 어린이집이 천편일률적으로 상한선에 맞춰 특별활동을 실시하며, 가계지출의 부담을 늘리고 보육료 지원 정책에 대한 체감도를 떨어트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누리과정을 통해 많은 보육비를 지원받고 있기에 특별활동비 정도는 낼 수 있지 않냐며 반문한다. 하지만 원복비·현장학습비·우유대금·각종 이벤트비·특별활동비 등 필요경비를 합산해보면 상당한 금액이다. 이러한 비용이 대게 부모의 호주머니에서 나오고 있는데, 정부는 보다 더 보육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특히 정부는 특별활동이 반강제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특별활동을 부모 및 원아의 선택에 따라 신청할 수 있도록 정규 보육시간외로 변경해야 한다. 또한, 미신청자에 대한 프로그램 운영을 의무화하고, 저소득층에게 특별활동비를 지원하는 등 개선책을 마련하여 특별활동의 본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한편, 기자의 아이는 고심 끝에 특별활동 중 영어수업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과도한 지식습득은 다양한 특성을 발현하는데 방해가 된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에 어린이집 원장은 아이가 홀로 있을 거라는 점을 강조하며 부모에게 압박을 주었다. 부모인 나 역시 원장이 한 말을 견디기 힘든데, 아이는 홀로 있는 시간이 얼마나 힘들까 걱정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결정이 머지않아 내 아이의 건강한 성장, 특별활동의 올바른 선택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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