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연
날씨가 풀린 데다 미세먼지 때문인지 외출 후 집에 오면 입안이 텁텁하고 입맛도 없다. 이럴 땐 제철을 맞은 갓으로 담근 알싸한 갓김치가 돌아오지 않는 입맛을 부르는 특효약.
오죽하면 식객에서 봄갓은 진미라고 했을까.
갓김치를 직접 만들어본다. 갓과 양념할 재료들을 준비하러 장 볼 준비에 나선다. 이리저리 조리법을 검색하고 재료를 하나씩 메모한다. 고춧가루, 새우젓, 멸치 액, 매실청, 생강, 마늘, 설탕, 소금, 찹쌀, 양파에다가 조금 더 좋은 맛을 위해 사과와 배까지 재료 욕심을 부리고 싶지만 쉽지 않다.
사실 제대로 요리를 해본 일이 없으니 주방을 난장판으로 만들지는 않을까 시작도 하기 전 뒷감당이 두려워진다. 아무래도 재료를 조금 줄이고 간단히 만들어야겠다.
정종교씨. 나만의 김치 전문가를 찾는다. 군대 시절 부대 안에 간부 식당을 관리하며 질 좋은 김치를 공급하던 형이다. 난데없는 갓김치 갈망에 호탕히 웃던 그는 이상한 가루를 건네며 물에 타서 갓에 버무려 먹으란다.
일명 김치 파우더. 해 먹기 편하다고 한다. 갓을 미리 소금에 절여 1, 2시간 담가두고 파우더를 물에 섞어서 양념을 만든 후 갓에 버무리기만 하면 완성. 정말 쉽다.
후딱 만들어진 갓김치. 먹어보니 흥건히 맹물 맛 나는 김치찌개를 극적으로 부활시키는 라면 수프에 버금가는 마법의 가루이다.
혹시 즉석이 아닌가 의심해보지만, 모든 재료가 신선한 국내산이다. 고작 5분 만에 만든 김치라 하기엔 갓 특유의 감칠맛이 고춧가루의 매운맛과 젓갈의 짭조름함이 완벽히 어우러진다.
영락없는 남도 어느 한식당에서 먹을 법한, 정성 가득 들어간 갓김치. 딱 이 정도다. 볼수록 신기한 가루. 이건 그냥 맛있는 김치 파우더다.
재료 준비하겠다며 등을 맞을 걱정도 기우. 5분 만에 등장한 남도의 맛에 엄마도 기분 좋게 잘 먹는다. 갓 김치로 입맛 살리기는 대성공. 올봄 입맛 걱정은 이제 안 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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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이] 라면스프만큼 극적인 마법의 가루… '갓김치 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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