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피노아빠를찾습니다> 운영자인 구본창씨. 그는 "애 아빠에게 부양의 책임을 묻는 것은 나라가 할 일이다. 이 일은 위험하며, 지금이라도 그만두고 싶다'고 고백했다.
이성훈
필리핀에는 4만 명의 코피노(Kopino, 한국인 아빠를 둔 필리핀 2세)가 있습니다. 유학생, 사업가, 출장 온 직장인까지. 다양한 한국 남성들이 필리핀 여성과 연애 하고, 아이를 갖고, 그들을 두고 떠납니다. 한국 아빠들이 남긴 흔적이라곤 휴대전화로 찍은 사진이 전부입니다.
'코피노 아빠를 찾습니다' 블로그 운영자 구본창씨는 한국 아빠들의 얼굴을 공개하여 책임을 묻습니다. 한국인 아빠의 초상권 대 아이의 생존권, 과연 무엇이 우선일까요? 지난 4월 14일, 직접 구본창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저는 구본창입니다. 원래는 입시학원의 원장이었는데요, 자식들이 영어교육 때문에 필리핀으로 넘어갔거든요. 기러기아빠 생활을 하다가 현재는 필리핀에서 코피노들의 자립을 지원하는 일을 합니다. 예를 들면 코피노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아이 아빠로부터 부양비를 받아내거나, 혹은 자립할 수 있도록 아이 엄마를 돕는 프로그램이죠."
- 도망간 아이 아빠를 찾게 된 계기가 있나요?"이른바 '코피노 맘'을 한 명 만난 적 있어요. 한국에서 유학 온 유학생과 사귀었는데, 3년 정도 집에서 지내게 해주면서 사위처럼 대접했대요. 그런데 코피노 맘이 아이를 낳자, 유학생은 결혼 허락을 받겠다고 한국으로 돌아가면서 주소를 하나 써주고 갔대요. 그런데 그 주소가 영어로 소리 나는 대로 읽어보니 '그걸 믿니 XX 코리아'였어요. 그래서 코피노 맘들을 돕겠다고 나서게 됐죠. 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결코 아니에요. 이 일의 취지에 공감해서 재정적 지원하는 분들도 있고요. 근본적으로는 저를 돕는 40여 명의 변호사들이 일등 공신이죠."
- 국내 언론은 코피노 엄마들을 대부분 '성매매 여성'이라고 소개합니다. "성매매로 아이가 태어난 비율은 5%도 되지 않아요. 실제로는 필리핀 유학생들, 어학연수생들, 그리고 필리핀 기업에 파견 나간 직원들, 사업가들이 필리핀 여성하고 연애를 하죠. 그리고 애를 낳으면 버리고 갑니다. 그 숫자가 필리핀에 약 4만 명 정도 됩니다."
- 언론이 그렇게 그리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언론은 코피노 문제를 계속 성매매 문제로 몰아갑니다. 그래야 취재하기 편하니까요. 성매매업에 종사하는 이들에게 돈을 주면서 인터뷰를 요청하면 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거죠. 언론들은 필리핀에 3박 4일 취재 출장을 오는데, 그 시간 안에 돈 주고 취재를 빨리 하려는 거죠. 자꾸 유흥가로 가서 취재하고, 그 그림에 맞게 설명을 하다 보니 성매매로 아이들이 태어나는 것으로 몰아가는 겁니다."
- 코피노 엄마들의 현재 생활 모습은 어떤가요?"90%는 다 가난하죠. 아주 가난합니다. 급하게 아이를 키우느라 직업도 변변치 않아요. 제가 코피노 아빠들을 비난하는 이유가 이겁니다. 본인의 자식이 굶고 있는데 외면하잖아요. 코피노 아이들은 현재 필리핀 빈민일 뿐만 아니라, 아빠가 가족을 버리고 도망간 외국인이라서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곤 합니다. 필리핀 혼혈이 많다고 해도 아이들이 왕따를 당하는 거죠."
"최소한의 생존권 보장 안 해주면서, 속죄한다니"- 블로그로 아이 아빠를 어떻게 찾나요?"필리핀에서는 폰을 사용하다가, 유심칩만 버리면 아무런 이용 정보가 남지 않아요. 난감하죠. 연인 사이에 계약서가 있는 것도 아니고, 대개 아이 엄마들은 아빠랑 찍었던 사진 몇 장만 가지고 있어요. 그럼 아빠를 도대체 어떻게 찾을 것이냐, 아이 아빠 사진을 페이스북이나 블로그, 미국에 서버를 둔 웹사이트에 올려놓으면 그 아빠를 아는 사람들이 제보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코피노 아빠 찾기' 사이트의 시작입니다."
- 블로그에서 사진을 내려주는 조건은 뭔가요?"간단합니다. 아이 아빠가 직접 코피노 엄마에게 연락을 하라고 합니다. 연락을 해서 두 사람 사이에 어떤 방식으로든 합의가 이뤄지고, 코피노 엄마가 "합의됐다, 내려달라"고 하면 내려줍니다. 다른 조건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 아이 아빠들의 반응이 궁금해요."대부분 아빠들은 저에게 연락해요. '당장 사진을 내려라'. 초상권 침해부터 명예훼손까지 거론하죠. 만약 본인이 이것 때문에 직장에서 잘리면 민사소송을 걸겠다는 거죠."
- 소송은 무섭지 않나요? 어떻게 대응하나요?"초상권 침해로 처벌한다면 처벌받겠다고 했어요. 그리고 배상? 손해배상도 하겠다, 대신 법정에서 당신의 권리가 아이 생존권보다 앞선다는 걸 납득시키라고 했죠. 그랬더니 아이 아빠가 고소를 취하하고 일시불로 양육비 7000만 원을 주고 합의 본 경우도 있어요."
- 대개 어떤 사람들인가요?"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하면 안 되겠지만, 나쁜 사람들이 많아요. 일단 자기 아이를 버리고 왔다는 것부터가 그렇죠. 한 달에 월 20만 원 정도는 한국에서 큰돈이 아니잖아요. 본인 용돈만 절약해도 마련하는 돈인데. 그 돈을 보내주면 어쨌든 최소한 아이의 생존권이 보장되잖아요. 그것조차 하지 않으면서 '미안하다', '속죄한다'라니.
나이는 20대에서 60대까지 입니다. 코피노 엄마들의 연령대는 20대~40대고요. 80~90%는 다 연인 관계입니다. 코피노 아빠들이 그런 부분에서는 이기적인 것 같아요. 또 한국 사회에서도 굉장히 관용적이고요. 남성에게 굉장히 유리한 문화 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아주 이기적인 행태를 보이는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아이가 아빠를 찾는 데 이유가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