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날도 열어요, 이런 유치원만 있다면...

[맑음! 충남 유아교육⑦] 보령창미유치원, 다문화이해교육 실시

등록 2018.12.03 16:09수정 2018.12.03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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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령창미유치원에서 베트남 관련 도서 <메콩강의 노래>와 <예슬이 엄마 이름은 구티엔>의 독서골든벨이 진행되고 있다.
보령창미유치원에서 베트남 관련 도서 <메콩강의 노래>와 <예슬이 엄마 이름은 구티엔>의 독서골든벨이 진행되고 있다.정세연
 
"자, 이번에는 O, X 퀴즈입니다. 예슬이 엄마 이름은 볼레로다. 쓰기 판을 들어주세요. 정답은 X."
"와~~~!"
"패자부활전에서 살아왔는데 또 떨어졌어요. 아까워요."


<메콩강의 노래>와 <예슬이 엄마 이름은 구티엔>의 독서골든벨에서 만 5세 동규가 최후의 한 사람이 되었다. 동규는 골든벨 대신 징을 울렸고, 친구들은 언제 아쉬워했냐는 듯 박수 치며 함께 기뻐했다.

"선생님, 새우가 다 떨어졌어요, 새우 더 주세요."
"엄마 것도 만들어가고 싶어요."


만 3세 막내들은 베트남의 대표요리 월남쌈을 만드느라 분주하다. 교실에서 영상으로 미리 익힌 요리 재료와 순서를 떠올리며 취향껏 재료를 넣어본다. 먹을 만큼 만들어 맛을 보고는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교실로 돌아가서는 베트남에 관련된 미술 활동이 이어진다.

만 4세 친구들은 보령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나온 베트남 선생님과 함께 베트남 놀이를 체험하며 신이 났다. 베트남 전통의상을 갖춰 입고, 술래가 되는 친구는 눈을 가렸다. 베트남의 전통놀이 '까막잡기'는 우리나라의 술래잡기와 비슷하다.
  
 보령창미유치원 유아들이 마음을 담아 꾹꾹 눌러쓴 '세계로 가는 편지'.
보령창미유치원 유아들이 마음을 담아 꾹꾹 눌러쓴 '세계로 가는 편지'.정세연
 
충남 보령의 창미유치원(원장 김혜정)은 지난달 23일 다문화 이해 교육 프로그램 '베트남의 날'을 진행했다. 특별히 베트남을 선정한 이유는 내년 3월 어머니가 베트남인인 다문화 가정의 유아가 입학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베트남이라는 나라와 문화에 대한 유아와 교사의 이해를 돕고자 이번 행사가 마련됐다.

보령창미유치원에는 만3~5세 유아 92명 중 다문화 가정의 유아가 셋 있다. 김혜정 원장은 "전체 유아 대비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다문화 가정의 유아가 한 명만 있어도, 아니 한 명도 없어도, 다문화 교육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얼마 전 어머니가 러시아인인 다문화 가정의 자녀가 추락사한 사건이 있었잖아요. 교육자로서 너무나 큰 책임감을 느낍니다. 다문화에 대한 인식개선이 가장 중요해요. 다른 나라,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력을 유아기에 갖추고 그게 생활화가 된다면 성장해서도 편견 없이 지낼 수 있지 않을까요?"


김혜정 원장은 학부모 교육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다문화 가정의 학부모 중에는 경제적인 어려움이나 사회적인 소외감으로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은데, 무엇보다 아이 양육과 교육에 관해 고충이 크다고 한다.

"아이뿐만 아니라 부모님의 소통능력이나 적응능력에 대한 관심과 도움도 필요해요. 다른 나라에서 오신 어머니나 아버지가 어떻게 하면 이곳에서 아이들을 잘 양육하고 교육할 수 있을까 얼마나 고민이 많겠어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하고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베트남 전통의상을 갖춰 입고, 술래가 되는 친구는 눈을 가렸다. 베트남의 전통놀이 '까막잡기'는 우리나라의 술래잡기와 비슷하다.
베트남 전통의상을 갖춰 입고, 술래가 되는 친구는 눈을 가렸다. 베트남의 전통놀이 '까막잡기'는 우리나라의 술래잡기와 비슷하다. 정세연
 
보령창미유치원은 지난 7월 나이지리아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를 일일교사로 초청해 나이지리아 음식 '치킨샤와마'를 유아들과 함께 만들며 나이지리아 문화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또 전체 학부모를 대상으로 글로벌 요리교실을 마련, 다문화 가정의 학부모와 다른 학부모들이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갖기도 했다.


배미양 교사는 "다문화 관련 활동들이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정 곳곳에 침투되어 생활처럼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더불어 살아갈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어요. 그래서 다문화연구회를 운영하며 유아와 학부모 교육뿐 아니라 교사연수도 실시하고, 보령시다문화가족센터와도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아이들 교육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과 5월에는 '필리핀의 날'과 '중국의 날'을 운영, 필리핀과 중국의 인사말을 배우고 전통의상과 놀이를 체험하는 등 다문화 이해교육을 실시했다. 또 다문화 가정의 유아에 대해 언어검사 및 적응행동검사 등을 완료하고, 검사결과에 따라 두 명의 유아는 현재 언어치료와 연계한 특수교육을 받고 있다.
  
 5살 막내들은 베트남의 대표요리 월남쌈을 만드느라 분주하다. 교실에서 영상으로 미리 익힌 요리 재료와 순서를 떠올리며 취향껏 재료를 넣어본다.
5살 막내들은 베트남의 대표요리 월남쌈을 만드느라 분주하다. 교실에서 영상으로 미리 익힌 요리 재료와 순서를 떠올리며 취향껏 재료를 넣어본다.정세연
 
뿐만 아니라 각 교실에 중국어, 베트남어, 러시아어, 일본어 등 다양한 나라의 언어로 된 '이중 언어 동화모음집' 등 다문화 관련 도서를 비치하여 유아들이 다양한 언어와 문화를 통해 타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보령창미유치원은 지난 2014년 보령의 병설유치원 두 곳이 통폐합되면서 문을 연 공립단설유치원으로, 현재 특수학습 1학급을 포함해 총 6학급을 운영하고 있다.
#유아교육 #다문화 #충남 #창미유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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