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들은 개인정보 관련 교육을 받는다. 이런 교육 외에도 컴퓨터 시스템에도 관련 내용이 뜬다고 한다.
임실군청 제공자료 캡처
겨우 3가지 예를 전체의 일인 양 일반화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몇 가지 사례를 더 소개하겠다.
사례 4. 다시 소독 관련 민원
이전에 내 소독민원 정보를 이장에게 알린 일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담당자는 사과를 했고, 그 후부터 우리 동네 소독은 잘 되었다. 그러다 시간이 좀 흘렀고, 얼마 전부터 뒷집 할머니가 불평을 하기 시작했다. "너희 집은 소독을 잘 해주는데, 왜 우리 집은 안 해준다냐?"라고.
나는 할머니 대신 담당자에게 전화해 똑같이 소독해 달라고 했다. 그 사이 담당자는 바뀌었고, 담당자와 잠시 언쟁이 오갔다. 언쟁 내용은 별도의 기사에서 다루겠다. 결과만 말하면 이번에도 담당자는 이장에게 알렸다. 이전 담당자가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했지만 담당자가 바뀌자 '차도살인'은 여전했다. '차도살인'이 매뉴얼이 아니라면 과연 이런 일이 가능할까?
사례 5. 동네 사람들 간 싸움 붙이는 공무원
다른 마을에 사는 지인이 이런 말을 했다. 보조금으로 집집마다 설치해야 할 장비를 이장과 사이가 나쁜 자기 집에만 일부러 누락했다고 한다. 그 일로 민원을 하겠다고 해서 나는 조언을 했다. 민원하기 전에 담당 공무원에게 민원인의 정보를 이장에게 알리지 말라고 하고, 민원 내용은 반드시 녹취하라고.
그는 내 말대로 했다. 어떻게 되었을까? 짐작했겠지만 이번에도 이장이 민원인(지인)을 찾아와 왜 그런 민원을 했느냐며 고발하네(시골에서 비교적 무서운 말이다), 어쩌네 하면서 민원인에게 화를 냈다. 그리고 동네는 이장 편과 민원인 편으로 나뉘어 한바탕 싸움이 벌어졌다.
만연한 민원정보 유출
이렇게 내 민원 4가지, 내가 관여한 민원 1가지, 도합 5가지가 모두 똑같은 방식으로 처리되었다. 5라는 숫자 역시 통계학적으로 보면 무의미할 정도로 적은 숫자겠지만, 내 처지에서 보면 민원 정보가 100퍼센트 관계자에게 유출된 셈이다.
갑자기 떠오른 게 하나 더 있다. 얼마 전 장기요양보험 부정수급에 대해 쓴 기사에서 소개한 것처럼 국민건강보험공단 임실지사에서도 직원이 고객과 관련된 내용을 관련업체에 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지자체, 보건의료원, 건강보험공단 가리지 않고, 공공기관에서는 민원정보를 이해 당사자에게 친절하게 갖다 바친다.
'차도살인'은 우리가 익히 알던 '이이제이(以夷制夷)'란 말과도 얼핏 비슷한 면이 있다. 공무원들은 민원내용을 이장(및 이해당사자)에게 알리고 뒤로 빠진다. 그러면 이장이 민원을 한 사람을 제압하거나, 제압하지 못해도 이장파와 민원파의 동네싸움으로 변질되어 공무원은 구경만 하면 된다. 민원은 흐지부지되고 동네엔 갈등만 남는다.
다시 질문, 왜 민원을 해결해주지 않는 걸까
민원을 제기하면 그냥 처리해주면 된다. 소독을 공정하게 해달라고 하면 공정하게 해주면 된다. 정보공개를 요청하면 규정에 맞게 정보를 제공하면 된다. 줘야 할 걸 주지 않았으면 나중에라도 주면 된다. 그런데 왜 안 하는 걸까? 앞서 말한 것처럼 정확한 이유는 모른다. 그러나 의심스러운 부분은 있다.
공무원과 이장은 농수로공사 등 각종 사업을 공동으로 수행한다. 그 과정에서 부실공사나 새나가는 돈들이 생기고, 새는 돈을 줍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다 보니 서로의 흠을 감싸줘야 하는 상황이 생기는 건 아닐까? 물론 추정일 뿐이다. 많은 사람이 수군거리며 의문을 제기하는. (그 추정이 사실일 수도 있다는 것을 기사를 통해 알려나갈 계획이다)
정권이 바뀌었다, 공무원도 바꿔야 한다
정권이 바뀌어도 공무원과 관료들은 바뀌지 않았다. 촛불의 힘으로 대통령을 탄핵했지만 현장에서 국민은 여전히 '개돼지' 취급을 받고 있다는 의심이 든다. 여전히 공무원들은 개(이장)를 풀어 돼지(국민)를 사육하려 한다.
칼(이장)을 빌려 적(민원인)의 뒤통수를 친다. 피해자들은 많지만 가해자는 숨어서 보이지 않는다. 그 와중에 어떤 민원인은 우울증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어떤 민원인은 회사에서 해고되었다. 그럼 민원인 정보를 유출한 공무원은 어떤 대가를 치렀을까?
(다음 기사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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