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위아래 치아가 하나도 남아있지 않으셔서 생전에 틀니를 쓰시며 많이 고생하셨다. 틀니가 잇몸에 닿아 불편하다고 하실 때마다 나는 틀니를 조정해드렸다. 그 오래된 틀니는 입관할 때 함께 넣어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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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위아래 치아가 하나도 남아있지 않으셔서 생전에 틀니를 쓰시며 많이 고생하셨다. 틀니가 잇몸에 닿아 불편하다고 하실 때마다 나는 틀니를 조정해드렸다. 그 오래된 틀니는 입관할 때 함께 넣어드렸다.
부분 틀니를 쓰시던 어머니는 틀니를 붙잡아 주던 치아들이 흔들리면서 부분 틀니를 더 사용할 수 없게 되었을 때 임플란트를 해드렸다. 부분 틀니 없이도 식사를 잘하게 해드렸다. 아직도 어머니는 내 단골 환자이시다.
부정교합이 있던 큰 딸아이는 교정치료를 끝마친 후에 예전 흑역사 사진을 바라보며 자신이 정말 용됐다고 말했다.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삶에 힘들고 우울한 마음이 들다가도 그래도 치과의사가 돼서 부모님을 치료해드렸고 두 아이의 교정치료도 해주었으니 '그래, 치과의사로서 내 할 일은 다 했다. 이걸로 족하다'라고 생각했다.
좋은 직업이란 결국 지금 내가 애정을 쏟으며 해내고 있는 일이다. 그리고 그 일에서 작은 보람이라도 찾아낸다면 더할 나위 없다.
한 사람이 직업을 갖기까지 우연한 순간들이 모여서 필연적인 직업을 갖게 되는 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러나 필연적이라 생각했던 일들도 어느 순간에 다시 우연한 얼굴을 하고 우리를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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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치과의사 되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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