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꽃] 여름날, 근처 풀밭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메꽃은 언제 보아도 정겹다.
엄남희
여름날, 근처 풀밭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메꽃은 언제 보아도 정겹다. 어렸을 때 '미뿌리'라 하여 땅 속 뿌리줄기를 캐먹곤 했는데, 메꽃의 뿌리라는 의미에서 그리 불렀으리라. 뿌리줄기에는 전분과 비타민이 풍부해 구황식물로도 유용했다.
보리나 밀의 수확이 끝난 시기에, 밭을 갈아엎으면 뿌리줄기가 하얗게 뒤집어지는데 그것을 한 소쿠리씩 주워 담아 밥 위에 얹어 쪄먹기도 하고 잘게 썰어 밀가루 옷 입혀 바삭하게 튀겨먹기도 했다.
마음 급한 아이들은 익히지 않고 날로 먹기도 했는데 생식(生食)의 경우, 과하게 먹으면 설사를 일으킬 수 있다하니 많이 먹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그 시절 메꽃의 뿌리는 아이들에게 심심찮은 간식이었지만, 어른들은 무척 싫어했다.
그도 그럴 것이, 메꽃은 땅 속 뿌리줄기 사이에 싹눈이 있어 아무리 잘라도 죽지 않고 새로운 싹이 돋아난다. 여느 풀들과 달리 그 뿌리를 완전히 뽑아내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특히 산소에 한번 자리하는 날엔 완전 골칫거리다.
어린이 노래 2절에도 등장한다.
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 / 호미 들고 괭이 메고 /
뻗어가는 메를 캐어 / 엄마 아빠 모셔다가 / 맛있게도 냠냠/
'뻗어가는 메를 캐어' 정말 엄청나게 뻗어간다. 메꽃은 생김새가 깔때기 모양이기 때문에 종종 나팔꽃이라 잘못 불리기도 한다. 식물분류학상, 둘 다 메꽃과(科)임에는 틀림없지만 속(屬, genus)이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