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입양아동현황
보건복지부
2012년 해외 입양인들의 노력으로 입양 절차와 조건을 까다롭게 변경한 입양특례법이 시행된 후 친부모가 출생신고를 하고 7일간 숙려기간을 거쳐야만 입양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개정된 입양특례법의 영향으로 이듬해 국내외 입양 건수는 51%(2012년 1880건→2013년 922건)가 줄었으며, 이중 해외입양건수는 74%(2012년 755건→2013년 236건)나 급감했다. 정부는 입양특례법 시행에 발맞춰 60여 년간 민간에 맡겨왔던 입양문제를 직접 챙기기로 하고 중앙입양원(현 아동권리보장원)을 설립했다.
입양특례법 개정만으로는 부족하다 느낀 정부는 2013년 5월 해외로 입양되는 아동의 안전과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해외 입양의 절차와 요건을 규정한 국제 조약인 헤이그국제아동입양협약(이하 헤이그협약)에 서명을 했다. 헤이그 협약은 아동의 해외 입양을 최소화하고 원 가정 보호를 유도하자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다루고 있다. 정부는 협약 서명 이후 4년여 만인 2017년 10월 헤이그협약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비준이 동의 되면 한국 아동을 입양하려는 외국 국적의 입양 희망자는 지금과 달리 입양 기관이 아닌 자국 정부와 우리 정부의 확인 절차를 거쳐야만 법원의 입양 허가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고아 수출국'이란 오명을 딛고 새로운 역사를 써보고자 했던 정부의 의지는 입양 관련 기관들의 반대 앞에 맥을 못 추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헤이그협약을 이행하기 위해 관련 국내법을 제·개정 하고 협약 비준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그러나 해당 법 개정을 두고 해외입양인들과 민간 입양기관이 권한 등에 대해 의견을 달리하면서 마찰을 빚고 있다. 또한 현재 양측의 주장을 기반으로 한 상반된 내용의 법률안이 국회의원들에 의해 발의되면서 해당 논쟁은 팽팽히 맞서고 있다.
민간 입양기관 권한 두고 상반된 두 개의 법안 발의 중
지난 2018년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헤이그국제아동입양협약 서명에 발맞추어 아동권리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고 '민간 입양기관의 권한을 제한'하는 입양특례법 전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민간 입양기관이 친부모 상담부터 입양 신청, 결정, 양부모 선정 및 결연 등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주도하고 있는 현 시스템으로는 국가 책임 강화가 현실화되기 어렵다는 인식에서 추진된 법안이다.
남 의원은 구체적인 방안으로 헤이그국제입양협약에 따라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입양인 신청부터 상담, 교육, 사후관리 등을 관리 감독할 것을 주장했다.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해외 입양 사업에 수익을 의존하는 민간 입양 기관들은 재정적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지난해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헤이그국제아동입양협약 비준에 따른 입양 지원 체계 개편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민간 입양기관들의 전체 수익 중 40~67%가 해외입양 수수료에서 발생한다.
민간 입양 기관의 권한 제한에 무게를 두고 있는 남인순 의원 발의 법안은 민간입양기관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민간입양기관들은 "정부가 입양의 전 과정에 개입하며 절차가 까다로워져 입양 자체가 줄어들 것"이라며 "남 의원의 법안은 오히려 시설 양육을 늘릴 것이며 미혼모의 유기 아동의 수를 늘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남인순 의원의 법안에 반대하는 법안도 곧이어 발의됐다.
2019년 7월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제입양에 관한 법률 제정안'과 '입양특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중 '입양특례법 개정안'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입양업무의 법적 책임주체로서 역할을 하되 '전문성 등을 고려하여 일부 실무업무를 입양기관 등에 위탁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입양기관에 대한 입양 업무 위탁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남인순 의원의 법안과는 대조된다.
더욱이 김 의원의 개정안은 입양의뢰 된 요보호아동의 양부모를 국내에서 찾지 못한 경우 입양기관이 국제 입양을 추진할 수 있도록 못 박고 있어 지난 2012년 이후 크게 줄었던 해외입양이 다시 늘어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입양기관 역할 논쟁에 입양기관의 의견 대거 반영 '빈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