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기도 이천시의 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현장에 1일 오후 한 시민단체가 기자회견 후 놓아둔 국화꽃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한 마디로 사고 원인조사의 부실에서 근원을 찾을 수 있다. 원인 조사는 사고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과학적 검증 절차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모든 사고사에 초기부터 수사권이 개입한다. 수사의 사전적 의미는 "범죄의 혐의 유무를 명백히 하여 공소의 제기와 유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하여서 범인을 발견·확보하기 위한 행위"이다.
따라서 사고의 인과관계를 살피는 과학적 검증과는 별개의 사법적 과정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권위주의적인 정권에서 작용된 권력적 형벌 작용이 사고 원인조사에 그대로 남아 있다. 이와 같은 사고 조사가 아닌 수사의 개입에 의한 원인 규명은 결국 책임자 처벌로 종결된다. 2008년 이천 냉동창고 화재도 같은 요인이었지만 원인조사는 수사권 개입에 의한 책임자 처벌로 종료되고 말았다.
우리나라는 사고 유형별 개별법에 사고 원인조사권을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 화재는 소방기본법(제29조)에, 산업재해는 산업안전보건법(제56조)에, 재난재해는 재난 및 안전관리법(제69조)에 있음에도 강력한 공권력을 가진 수사권 앞에 무력해지고 만다. 제대로 된 원인조사를 못하니 사고의 원인으로부터 정책적 피드백(feedback)이 될 리 없다. 같은 유형의 사고가 되풀이 되고 반복되는 이유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지고 있다.
모든 사고는 권한 있는 전문가에 의한 과학적인 조사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고 원인조사에 있어서 조사권과 수사권은 분리해 한다. 개별법에서 규정한대로 선 조사, 후 수사의 제도적 정비가 이루져야 한다. 원인 규명과 함께 형사적 책임은 전문가 그룹의 과학적 조사 과정에서 사고원인에 이르는 관계자의 중과실이나 범죄 소명이 있는 경우 수사기관에 이첩하여 수사하는 것이 이번 참사를 계기로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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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공무원으로 33년을 근무하고 서울소방학교 부설 소방과학연구소 소장직을 마지막으로 2014년 정년퇴직한 사람입니다. 주로 화재를 비롯한 각종 재난현장에서 오랫동안 근무하였으며, 현재는 과거의 소중한 경험을 바탕으로 '소방전술론' '화재예방론' '화재조사론' 등을 집필 중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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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물류창고 화재 참사, 피난도 못하고 속수무책 당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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