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박원순' 떠나보낸 이해찬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오전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영결식에 참석한 후 서울 여의도 국회로 돌아와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안경을 잠시 벗은 이 대표의 눈가가 촉촉하다.
고 박 시장 장례위원회의 공동장례위원장인 이 대표는 "제 친구 박원순은 저와 함께 40년을 같이 살아왔다"면서 "열정 만큼이나 순수하고 부끄러움이 많았던 사람이기에 그의 마지막 길이 너무 아프고 슬프다"고 말했다.
남소연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은 진심으로 박원순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는가? 만약 그렇다면 더는 이러한 비극적인 죽음이 일어나지 않도록 한국 사회에 만연한 성폭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만 한다.
나는 왜 하필 민주당을 언급하고 있는가? 이것은 박원순 시장이 단순히 민주당 소속이었다는 이유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다. 13일 민주당 지도부가 첫 '사과' 메시지를 내고, 이해찬 대표는 "예기치 못한 일로 시정에 공백이 생긴 데 대해 책임 통감한다"라며 "피해 호소하는 여성 아픔에 위로를 표한다. 이런 상황 이르게 된 것 사과드린다. 당은 앞으로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사과했다.
지난 6일에 법원이 '웰컴투비디오'를 운영했던 손정우를 미국으로 송환하는 것을 불허한 결정은 많은 사람을 분노케 했다. 이 때문에 해당 결정을 내렸던 판사의 대법관 후보 자격을 박탈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13일 현재 50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의 공감을 받았다. 나는 사법부의 판결과 법원의 성범죄 양형 기준이 매우 부적절하다는 비판에 대해 동의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국회'의 직무유기에 대해 분명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사법부는 정해진 법 절차에 의해 재판을 진행하는 것일 뿐 그들이 법적 체계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개선하기란 어렵다. 또한 현행법대로 처벌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법관은 그 법을 어기지 않은 이상은 결과에 대해 아무런 책임이 없다.
하지만 국회야말로 이들 사법부의 관대한 처벌을 관련 법 자체를 제·개정함으로써 사법부가 반드시 일정한 수준의 형량을 선고하도록 강제할 수 있다. 요컨대, 사법부는 그저 법의 수동적 행위자라면 국회는 법적 근거를 만드는 적극적 행위자다. 이것이 바로 국회가 지금의 사태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수 없는 이유다.
이러한 주장이 마치 내가 사법부를 변호하려는 것으로 들릴 수는 있겠다. 그러나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는 '법원의 역할은 명백한 한계가 있으며 지금과 같은 판결을 내리더라도 그들은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는 사실을 우리가 직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국회가 성범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입법기관이며, 지난 21대 총선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한 민주당은 정의당과만 연대하더라도 관련 법안을 특별한 제약 없이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수 있다는 정치적 현실을 주장하고자 한다.
만약 다음에도 이러한 일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분명히 민주당의 책임이다. 집권당이면서도 압도적인 다수당의 지위를 누리고 있는 민주당이 한국 사회의 성폭력을 뿌리 뽑겠다는 마음만 먹는다면 이번 21대 국회에서 확실한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나는 자신한다.
대체 무엇이 두려운 것인가? 민주당이 진심으로 박원순의 죽음을 추모한다면, 국민에게 21대 국회를 통해 '법률'이라는 결과로서 보여줘야만 할 것이다.
정치인의 대응 방식
정치인의 모든 행위는 그들이 속한 사회에 하나의 메시지를 던진다. 그렇기에 지금과 같이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 한 사람의 죽음에 대해 그들이 대응하는 방식은 우리 사회의 주류가 '자살'과 '성범죄'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하고 있는가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정치인은 개인의 사사로운 감정을 공공에 대한 열정으로 승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렇기에 박원순은 이런 식으로 세상을 등지고 가는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재판에 임했어야 했으며, 문재인 대통령은 조화를 보내지 말았어야 했고, 청와대 사람들과 이해찬 대표도 조문을 가지 말았어야 했다.
비록 정치인도 사람이기에 자신의 동료가 떠났기에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무릇 정치인이라면 아직도 어딘가에서 흘려지고 있을 피해자의 눈물을 먼저 닦아주려고 해야 하지 않을까? 사건의 진상을 명확히 조사하고, 다시는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우리 사회를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유일한 길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박원순 시장은 정말 명예롭게 죽음을 택한 것인가? 나는 감히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누구보다도 여성 인권의 향상을 위해 노력했던 변호사가 성추행 피고소 이후 스스로 목숨을 저버리는 행위를 한 것은 자신이 걸어온 길을 부정한 것과 같다. 고소인의 고소와 박 시장의 죽음의 직접적 관계는 아직 밝혀진 것이 없다고 하지만, 상호 연관관계는 있다고 보는 시각 역시 존재한다.
고소장이 제출됐다면 법에 따라 정해진 절차를 통해 해명할 기회가 열려 있음을 가장 잘 알고 있을 법한 사람이 박원순 변호사가 아니고 누구인가? 자신의 생명을 포기한 행위는 법에 따라 판단을 받아야 할 이번 사안을 사람들 각자의 판단에 맡기게 만들었다. '법에 따른 지배'와 거리가 있다. 잘못된 행위라고 생각한다.
박원순은 '가지 말았어야' 했다. 대통령도, 국무총리도, 여당 대표도 그런 식으로는 애도를 표하러 조문을 '가지 말았어야' 했다. 이러한 태도는 지금까지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을 성폭력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정치인들이여, 진정으로 박원순을 추모하고 그의 가치를 존중한다면 지금 당장 머리를 맞대길 권한다. 그래서 성폭력을 근절할 수 있는 근본적이고 구체적인 대책을 수립하고, 시민들이 이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해달라. 간곡한 부탁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7
공유하기
민주당이 박원순 시장을 애도하는 방법은 따로 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