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11개 장애인단체가 지난 2020년 2월 26일 청도 대남병원을 비롯한 폐쇄병동에 이루어진 코호트조치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를 신청하며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자가격리 또한 마찬가지다. 열악한 환경 놓인 이들에게 자가격리 조치는 더욱 가혹하다. 한 자가격리자를 변호한 적이 있다. 그는 고시원 방에서 이탈했다는 이유로 고발을 당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생존을 위해 이탈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구청 공무원에게 고시원 방이 취사가 불가능하다는 점, 경제적 상황상 배달음식을 주문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설명했지만 어떠한 지원도 받지 못했다. 결국 그는 자신의 이탈 사실을 스스로 신고하고 사람이 없는 인근 식당에서 식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와 소통하던 구청 공무원은 결국 그를 자가격리 이탈자로 분류하고 경찰에 고발했다.
그에 대한 고발은 다행히 검찰 단계에서 불기소처분 결정이 내려졌다. 하지만 그는 수사를 받는 내내 불면증에 시달리는 등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 그는 무관용 원칙에 따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한 경찰의 수사 결과와 자가격리 이탈자에 대한 비난 여론을 지켜보며 불안감을 호소했다.
또한 그에게 절실했던 지방자치단체의 생활지원금이나 격리 기간에 대한 지원금 등의 지급도 자가격리 이탈자로 수사를 받고 있다는 이유로 보류되어 생계 역시 더욱 어려운 상황에 몰렸다. 이처럼 개별적 사정에 대한 고려 없는 자가격리 조치, 그리고 그 조치를 위반할 경우 적용되는 무관용의 원칙에 따른 고발은 열악한 환경에 놓인 이들을 더욱 열악한 환경으로 내몰고 있다.
위험이 아닌 피해자
코로나19의 확산과 감염은 개인의 책임이라 볼 수 없다. 감염병에 노출된 사람은 본질적으로 감염병의 피해자이다. 코로나19의 확산을 방지한다는 명목 아래 코호트 격리, 전자팔찌의 부착 등 필요 이상의 광범위한 격리와 감시 등 강제적 조치를 부과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무관용의 원칙에 따라 처벌하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방역정책은 결국 감염병의 피해자를 시민으로서 신뢰하기보다 '위험'으로 인식하는 것과 다름없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강제적 조치의 대상이 되는 사람 모두가 감염병의 피해자로서 보호와 지원이 필요한 시민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위와 같은 관점에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격리와 감시 등 강제적 조치를 어떻게 강화할지가 아니라, 그 조치가 감염병 피해자의 기본권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지를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그 조치가 열악한 지위에 놓인 사람을 더욱 열악한 상황으로 몰아가는 것이 아닌지, 기본권 제한이 필요한지, 과도하지 않은지 등이 세밀하게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현재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상 미비한 강제조치의 요건은 보완·개선될 필요성이 있다. 특히 사회적 약자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야기할 수 있는 코호트 격리조치는 다양한 강제조치 중에서도 그 발동요건이 법률에 의해 보다 엄격히 통제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자가격리 이탈자에 대한 처벌을 강조하는 정부의 무관용 원칙 역시 재고되어야 한다. 물론 고의적인 이탈 등 일부 법적 제재가 필요한 사안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제재를 위해 처벌을 앞세운다면, 감염병의 위기 속에 적절한 보호와 지원이 보다 필요한 사람들까지도 일률적으로 처벌받는 부당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이탈이 발생한 경우 일률적으로 처벌하기보다는 이탈의 사정을 세밀하게 살핌으로써 근원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정책과 법률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가령 자가격리 조치의 대상자에 대한 보호와 지원을 확대하는 등의 정책을 통해, 자가격리에 대한 개인의 자발적 참여를 촉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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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원에서 이탈했다가 고발... 그는 왜 스스로 신고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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