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 기증을 통해 아이를 출산했다고 밝히는 방송인 사유리 씨의 소식을 전하는 KBS 뉴스 갈무리.
한국방송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씨가 일본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아들을 출산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자발적 비혼모'에 대한 사회적 논의에 불이 붙었다.
"한국에서는 모든 게 불법이에요. 결혼한 사람만 시험관이 가능해요"
사유리씨는 KBS 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일본에서 정자 기증으로 비혼 출산한 사실을 밝히며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출산을 선택할 여성의 권리'가 지켜져야 한다는 주장을 덧붙였다.
이 발언 이후, '한국에선 정자 기증 방식의 비혼 임신이 불법이며, 이는 여성들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논란이 불거지자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곧장 이와 관련된 사실 확인에 들어갔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19일 한 의장은 국회에서 진행된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대한민국에서 자발적 비혼모의 출산은 불법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보건복지부에 직접 문의한 결과 생명윤리법 제24조는 시술대상의 배우자가 있는 경우에 배우자의 서면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는 배우자가 없는 경우에는 서면 동의가 필요 없기 때문에 불법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즉, 법이 문제가 아니라 병원과 학회의 윤리지침이 비혼 여성의 시술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본에도 외국 정자은행과 개인 거래 이용 사례 존재
그렇다면, 사유리씨가 정자를 기증받아 출산을 한 일본의 상황은 어떨까.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법적으로 비혼여성의 정자 기증 출산이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일본산부인과학회 규정상 '제3자 제공 정자에 의한 인공수정(AID)'을 시술받을 수 있는 대상을 '법적으로 혼인한 부부'에 한정하고 있다.
또한 일본은 민간 정자 은행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우리의 보건복지부에 해당하는 일본의 후생노동성은 AID 시술의 대상 확대와 인터넷상의 정자 거래 현황과 관련해 "특별한 견해는 없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일본 또한 정자 거래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정확한 입장과 법적 규정이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외국의 민간 정자은행을 통한 정자 구매나 개인 간 정자 제공 방식으로 임신을 시도하는 일본인들의 사례가 존재한다.
덴마크에 있는 세계 최대의 정자은행을 운영하는 기업 '크리오스 인터내셔널'에서 정자를 제공받은 일본인 이용자는 올해 11월까지 150명을 넘었다고 17일 교도통신이 보도한 바 있다.
한편, 개인 간 정자 거래는 온라인을 통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아사히신문은 지난 9월 4일 온라인상에서 개인 간 정자 기증이 이루어지고 있는 현황에 대해 보도했다.
일본의 트위터에서 '정자 제공'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정자 기증을 한다는 글을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대부분 이는 무상으로 제공된다고 한다. 바늘이 없는 주사기를 사용한 '시린지법'과 배란기에 맞춰 성관계를 맺는 '타이밍법' 등의 방법이 있으며, 의뢰한 사람이 선택하도록 한다. 의뢰자는 난임 부부 외에 성적 소수자, '자발적 비혼모' 등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