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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여성의 정자 기증 출산, 일본은 어떨까

불법 아니지만, '부부 한정' 규정 등 존재... 민간 정자 거래 사례도 많아

등록 2020.11.21 15:07수정 2020.11.21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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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자 기증을 통해 아이를 출산했다고 밝히는 방송인 사유리 씨의 소식을 전하는 KBS 뉴스 갈무리.
정자 기증을 통해 아이를 출산했다고 밝히는 방송인 사유리 씨의 소식을 전하는 KBS 뉴스 갈무리.한국방송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씨가 일본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아들을 출산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자발적 비혼모'에 대한 사회적 논의에 불이 붙었다. 

"한국에서는 모든 게 불법이에요. 결혼한 사람만 시험관이 가능해요"

사유리씨는 KBS 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일본에서 정자 기증으로 비혼 출산한 사실을 밝히며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출산을 선택할 여성의 권리'가 지켜져야 한다는 주장을 덧붙였다.

이 발언 이후, '한국에선 정자 기증 방식의 비혼 임신이 불법이며, 이는 여성들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논란이 불거지자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곧장 이와 관련된 사실 확인에 들어갔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19일 한 의장은 국회에서 진행된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대한민국에서 자발적 비혼모의 출산은 불법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보건복지부에 직접 문의한 결과 생명윤리법 제24조는 시술대상의 배우자가 있는 경우에 배우자의 서면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는 배우자가 없는 경우에는 서면 동의가 필요 없기 때문에 불법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즉, 법이 문제가 아니라 병원과 학회의 윤리지침이 비혼 여성의 시술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본에도 외국 정자은행과 개인 거래 이용 사례 존재


그렇다면, 사유리씨가 정자를 기증받아 출산을 한 일본의 상황은 어떨까.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법적으로 비혼여성의 정자 기증 출산이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일본산부인과학회 규정상 '제3자 제공 정자에 의한 인공수정(AID)'을 시술받을 수 있는 대상을 '법적으로 혼인한 부부'에 한정하고 있다.

또한 일본은 민간 정자 은행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우리의 보건복지부에 해당하는 일본의 후생노동성은 AID 시술의 대상 확대와 인터넷상의 정자 거래 현황과 관련해 "특별한 견해는 없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일본 또한 정자 거래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정확한 입장과 법적 규정이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외국의 민간 정자은행을 통한 정자 구매나 개인 간 정자 제공 방식으로 임신을 시도하는 일본인들의 사례가 존재한다.

덴마크에 있는 세계 최대의 정자은행을 운영하는 기업 '크리오스 인터내셔널'에서 정자를 제공받은 일본인 이용자는 올해 11월까지 150명을 넘었다고 17일 교도통신이 보도한 바 있다. 

한편, 개인 간 정자 거래는 온라인을 통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아사히신문은 지난 9월 4일 온라인상에서 개인 간 정자 기증이 이루어지고 있는 현황에 대해 보도했다.

일본의 트위터에서 '정자 제공'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정자 기증을 한다는 글을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대부분 이는 무상으로 제공된다고 한다. 바늘이 없는 주사기를 사용한 '시린지법'과 배란기에 맞춰 성관계를 맺는 '타이밍법' 등의 방법이 있으며, 의뢰한 사람이 선택하도록 한다. 의뢰자는 난임 부부 외에 성적 소수자, '자발적 비혼모' 등이라고 한다.
 
 정자 제공 매칭 사이트 ‘베이비 플래티넘 파트너’ 홈페이지 화면.
정자 제공 매칭 사이트 ‘베이비 플래티넘 파트너’ 홈페이지 화면.김민화

일본에는 정자 기증자와 기증받기를 희망하는 사람을 연결해 주는 사이트도 있다. 

3년 전부터 운영을 시작한 정자 제공 매칭 사이트 '베이비 플래티넘 파트너'가 대표적인 예다. 이 사이트의 운영자는 당초 본인이 정자를 제공해 왔는데, 의뢰 건수가 늘어나 사이트를 만들게 됐다고 여성 잡지에 답했다. 그는 "(사이트에) 현재 3000명 이상의 기증자가 등록돼 있고, 월 60~100건 정도 신규 문의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트위터 통해 정자 제공 받아 임신... 거짓 정보로 후회하는 사례도 

이처럼 일본에서는 의료기관을 통하지 않는, 제3자에 의한 정자 제공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한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아사히신문 취재팀에 제보한 한 여성은 난임 치료로 고생을 하던 중 트위터를 통해 정자 기증을 받아 임신을 했다.

여성은 임신 후 정자 제공 남성과 연락을 주고받던 중, 남자가 애초에 알려 준 정보와 다른 부분을 알게 됐다. 이미 임신은 5개월로 접어든 상태였고, 결국 올해 2월 출산했다. 여성은 원하지 않는 형태의 출산을 하게 됐다고 후회하며, 아사히신문을 통해 "악질적인 기증자를 규제하는 법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아사히신문은 취재팀은 정자 제공 남성을 만나 사정을 들었다. 대기업에 다니는 20대인 그는, 난임 부부에게 도움이 되고자 기증을 시작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속일 생각은 아니었지만, 태어날 아이가 생부를 찾겠다고 하면 곤란하다고 생각해 개인 정보를 밝히고 싶지 않았다.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면 정자 제공은 다시는 하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인공생식에 의한 친자관계 법률로 정해야"

이에 온라인상에서의 개인 간 정자 거래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먼저 법적인 문제다. 일본의 민법은 친자관계를 규정하고 있지만, 정자 제공에 관해서는 상정하지 않고 있어 친권과 부양의무와 관련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인공생식에 의한 친자관계에 밝은 와카마쓰 요코 변호사는 아사히신문에 악질적인 거짓 정보 제공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또한 그는 "부인이 남편의 동의 없이 제3자로부터 정자를 제공받아 출산했을 경우, 태어난 아이와 남편, 기증자의 관계와 권리·의무 등 불명확한 점이 많다"며 인공생식에 의한 친자관계를 법률로 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의학적 측면 "감염증, 유전 질환 등 우려"

의학적인 측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일본에서 AID를 중점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게이오대학병원 산부인과의 다나카 마모루 교수는 아사히신문에 "감염증과 유전 질환 등에 대한 우려를 지울 수 없다"고 말한다.

게이오병원에서는 정자 기증자의 감염증이 나중에 발각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정자를 6개월 이상 냉동 보관한 후 사용한다고 한다. 그는 "검사 후 바로 알 수 없는 병도 있다. 날 것을 그대로 사용하면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개인 간 직접 제공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처럼 일본에서는 의료기관을 통하지 않는 정자 제공에 의한 출산이 늘어나면서 법 규정이 필요하다는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태어나는 아이의 인권을 위해서, 그리고 정자 제공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제대로된 환경을 마련해 달라는 요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필자가 운영하는 일본 뉴스 블로그 '보더뉴스'에도 중복게재 합니다.
#자발적 비혼모 #사유리 #정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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