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검사 결과에 대한 문자음성 판정을 받았다
김주리
오전에 음성 문자가 왔다. 음성 문자와 함께 격리 해제가 됐기 때문에, 기쁜 마음으로 출근을 했다. 하지만, 출근은 낙인의 새로운 시작이었다. 어제 했던 결근이 코로나 검사 때문이라는 소문이 퍼져 동료들은 나와 함께 일하는 걸 불안해했다. "검사 결과가 벌써 나왔어?" "바로 일해도 되는 거야?"와 같은 공포 섞인 염려의 말들이 이곳저곳에서 튀어나왔다.
불안한 마음에 보건소에 전화해서 출근해도 되는 게 맞는 건지 물어봤지만, 검사 결과도 정상이고 확진자와 밀접 접촉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상생활을 해도 된다는 얘기만 할 뿐이었다. 동료에게 이 사실을 전달했지만 "보건소 역학조사 철저하게 하는 거 맞아? 뉴스 보니까 무증상 확진자도 많더라"라는 말이 돌아왔다. 결국 반차를 쓰고 집에 왔다.
낙인은 가족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코로나 검사를 받은 사람과 같이 살고 있기 때문에, 오늘 만나면 안 되겠다라는 급한 전화들이 여러 곳에서 걸려왔다. 잠깐 검사받은 일에 대한 낙인도 엄청난데, 뉴스에서 말하는 이른바 '슈퍼 전파자'에 대한 낙인은 얼마나 더 거셌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청에서 확진자 동선을 숨기거나, 상호명을 알려주지 않을 때마다 방역에 대해 불평하면서 확진자 동선을 조금이라도 알아내려고 애썼는데, 이런 일들이 확진자에게 얼마나 공포스러울지 생각해보게 됐다.
숫자 뒤에 이웃이 있다
평소 우리는 지역 커뮤니티에서 눈으로 본 확진자 정보를 공유한다. 예를 들면, 아파트 앞에 방호복을 입은 구급대원이 있다거나, 방역 중인 마트를 봤다는 식의 아무렇지 않은 수다들.
그러다보면 어느새 확진자의 윤곽이 드러난다. 어디에 사는 어떤 사람이라는 것까지 나오면, 좁은 동네 생활상 조금만 수소문해보면 확진자가 누구인지 알게 되는 것이다. OOOO번 뒤에는 평범한 사람이 있는데, 숫자에 가려지면 범죄자처럼 취급하게 되면서 동선에 대해 쉽게 이러쿵저러쿵 말하게 된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는 지난해 10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확진자라는 용어를 코로나 유행 때부터 쓰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독감, 에이즈, 메르스의 경우에도 '환자'라고 지칭했는데, 코로나 때부터 확진자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였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너 왜 감염됐어?'라는 책임의 무게가 담겨있으며, 이 용어로 인해 환자보다는 '추적'을 해야 하는 대상이 된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표현과 인식들이 쌓여 낙인이 공고해진다. 숫자 뒤에 평범한 우리 이웃이 있다고 생각하고 낙인찍는 걸 멈췄으면 한다. 확진자가 아닌 아픈 병을 치료해야 할 환자로 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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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음성' 나왔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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