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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기본소득과 농민공익기여직불 모두 필요하다

박진도 교수의 '농민공익기여직불'에 대한 농민기본소득전국운동본부의 의견

등록 2021.10.22 11:31수정 2021.10.22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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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로서 그리고 행복전도사로서 오랜동안 우리나라 농업과 농촌 그리고 농민에 대한 애정 어린 관심과 열정으로 연구와 실천에 앞장서고 계시는 박진도 전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농특위) 위원장(충남대 명예교수)께 우선 감사와 존경을 보낸다.

최근 기후위기, 먹거리위기, 지역위기라는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3농(농업·농촌·농민)의 문제가 단순히 농업·농촌·농민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임을 공론화하고 사회전반의 변혁을 이끌기 위해 박진도 전 위원장의 헌신으로 출범한 '농산어촌 개벽 대행진'이 향후 사회 변혁의 전환점이 되길 기대한다. 

박진도 전 위원장은 농산어촌 개벽 대행진에 앞서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농민기본소득이 아니라 농민공익기여직불이다, 왜냐면 http://omn.kr/1vj7j)에서 농(어)민수당·공익직불·농민기본소득을 통합한 '농민공익기여직불'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에 농민기본소득전국운동본부는 농민공익기여직불이 분명 우리의 농업과 농민을 위해 필요한 정책이라고 생각하지만 농민기본소득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정책 방향 설정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 몇 가지 의견을 전하고자 한다.

농민기본소득, 통합이 능사가 아니다

첫째, 농(어)민수당·공익직불·농민기본소득은 통합으로 접근할 문제는 아니다. 박진도 전 위원장은 최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서 각기 실행되고 있는 농(어)민수당·공익직불·농민기본소득이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 창출'이라는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농민공익기여직불로 통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목적이 비슷하기 때문에 통합할 필요가 있다는 말은 맞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농업직불금도 중앙정부에서 지급하고 있지만 각급 광역자치단체, 기초자치단체에서 '농업경영안정자금' 등의 명칭으로 추가 지급하고 있다. 정부의 농업직불금이나 지자체의 농업경영안정자금이나 소득보전을 통한 농가의 경영안정이라는 목적은 비슷하다. 그렇다고 이를 하나로 통일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

중앙정부는 중앙정부의 역할이 있고 지방정부는 지방정부의 역할이 있다. 중앙정부의 역할이 충분하다면 지방정부에서 굳이 나서지 않아도 되지만 많은 일들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아동수당도 중앙정부는 월 10만 원 지급하지만 일부 지자체는 월 10만 원에서 30만 원까지 추가 지급을 한다. 저출생 극복이라는 공통의 목적이 있지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체감도는 차이가 있다.


농(어)민수당·공익직불·농민기본소득 간에는 일부 조정할 부분은 있어 보인다. 예를 들어 기본형 공익직불은 향후 농민기본소득으로 전환할 수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이들 정책을 통합하기보다는 각기 상황과 여건에 맞게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농민기본소득에서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 창출'은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농민기본소득은 농민이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창출하기 때문에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농민이라는 인격체와 그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지급하는 것이다. 즉, 농민기본소득은 농민에 대한 정부의 시혜적·보상적 성격이라기보다는 농민의 기본권적 권리를 담지하고 있다. 따라서 농민기본소득은 기본소득의 원칙에 따라 농민이라면 농업의 공익적 가치 창출과는 큰 상관없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기본적 권리라고 할 수 있다. 
 
 19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일대 북한 인접지역에서 한 농민이 논 일을 하고 있다. 2020.6.19
19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일대 북한 인접지역에서 한 농민이 논 일을 하고 있다. 2020.6.19이희훈
 


셋째, '농민공익기여직불'은 여전히 농업의 공익성을 농지면적과 생산력 중심의 가치관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농민기본소득은 농민의 경제사회적 기본권 차원에서의 권리를 말한다. 그래서 보편성·개별성·무조건성을 중시한다. 반면 농민공익기여직불은 농업의 공익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선택적 가치를 중시하고 있다.

박진도 전 위원장은 농업재정과 조세지출 조정을 통해 농민 개인당 월 30만 원의 직불금을 보편적으로 지급할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도 실제 지급형태를 보면, 농사를 많이 짓는 농민에게는 식량공급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더 많은 직불금을 지급하고(기본형 농민공익기여직불), 생태, 경관, 문화 가치를 창출하는 농민에게는 추가적인 직불금을 지급(가산형 농민공익기여직불)하자고 주장한다. 그 근거로 유럽연합(EU) 농정예산의 약 70%인 직불금이 대부분 이러한 방식으로 쓰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유럽과 우리나라는 농업형태와 방식면에서 확연히 다르다. 특히 경지면적에서 유럽은 농가당 평균 40~70ha를 농지를 보유하기 때문에 면적을 중심으로 한 직불금이 농가의 기본적 소득을 보장하지만 농가당 평균면적이 1.5ha에 불과한 우리나라에서는 불가하다.

더욱이 유럽과 같이 면적 중심의 직불제는 농가 내 불평등과 양극화를 심화시켜 중소영세농의 설자리를 잃게 할 수 있다. 농민공익기여직불의 세부 내용이 없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은 알 수 없지만 면적 직불이 74%를 차지하고 있는 현행 공익직불과 크게 차이가 없어 보이는 농민공익기여직불로 기후위기와 생태위기의 시대에 중소농중심의 생태농업을 구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따라서 농지 면적이 아니라 농사를 짓는 사람 중심의 직불제인 농민기본소득이 실현되어야 농민의 생계도 보장되고 생태농업으로의 전환도 가능하다. 유럽에서도 면적중심의 직불금이 농가 내 부익부 빈익빈을 심화시키고 농가인구 감소를 가속화시킨다는 점을 들어 최근 프랑스 정부 내 연구기관에서는 농민 개인당 연간 약 1천만  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작업량에 따라 추가 지급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넷째, '농민공익기여지불'이 중소농의 소득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국토·환경·문화·지역 지킴이 수당'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는 주장은 자체 모순과 한계가 있다.

기본소득은 보장, 기여직불은 추가 보상

중소영세농에 대한 정책과 농촌주민에 대한 정책은 분명 차이가 있다. 중소영세농의 소득 문제를 농촌주민 전체로 확대하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고 해결하기도 어렵다. 또한 이름도 어려운 '국토·환경·문화·지역 지킴이 수당'은 오히려 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 '국토·환경·문화·지역 지킴이 수당'은 농민공익기여직불처럼 차등을 두자는 뜻이 아니라 농촌 주민이면 누구나 수당(기본소득)을 지급하자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는 농촌주민기본소득과 궤를 같이 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중소농의 소득문제 해결과는 별도로 논의되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농민기본소득전국운동본부는 박진도 전 위원장이 주장한 '농민공익기여직불'이 최근 논의되고 있는 농(어)민수당·공익직불·농민기본소득의 역할과 기능을 점검하고 개선을 모색한다는 차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그 정책 자체가 가지고 있는 모순과 한계로 인해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다만 농민공익기여직불이 경제사회적 기본권으로서 농민기본소득이 보장되고 그 바탕 위에 농민의 공익적 역할에 대한 추가 보상적 성격의 직불이라면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

기후위기·먹거리위기·지역위기의 시대에 땅과 생명을 가꾸고 지키는 농민의 기본적 생존권이 보장되고 그들의 삶이 존중 받는 사회 그래서 농민도 행복하고 국민도 행복한 그 전환의 사회를 함께 만들어 나가길 기대한다. 
#농민 #기본소득 #공익형직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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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리교농촌선교훈련원에서 일하고 있는 목사이며, 농민기본소득운동전국본부에서 운영위원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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