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일대 북한 인접지역에서 한 농민이 논 일을 하고 있다. 2020.6.19
이희훈
셋째, '농민공익기여직불'은 여전히 농업의 공익성을 농지면적과 생산력 중심의 가치관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농민기본소득은 농민의 경제사회적 기본권 차원에서의 권리를 말한다. 그래서 보편성·개별성·무조건성을 중시한다. 반면 농민공익기여직불은 농업의 공익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선택적 가치를 중시하고 있다.
박진도 전 위원장은 농업재정과 조세지출 조정을 통해 농민 개인당 월 30만 원의 직불금을 보편적으로 지급할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도 실제 지급형태를 보면, 농사를 많이 짓는 농민에게는 식량공급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더 많은 직불금을 지급하고(기본형 농민공익기여직불), 생태, 경관, 문화 가치를 창출하는 농민에게는 추가적인 직불금을 지급(가산형 농민공익기여직불)하자고 주장한다. 그 근거로 유럽연합(EU) 농정예산의 약 70%인 직불금이 대부분 이러한 방식으로 쓰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유럽과 우리나라는 농업형태와 방식면에서 확연히 다르다. 특히 경지면적에서 유럽은 농가당 평균 40~70ha를 농지를 보유하기 때문에 면적을 중심으로 한 직불금이 농가의 기본적 소득을 보장하지만 농가당 평균면적이 1.5ha에 불과한 우리나라에서는 불가하다.
더욱이 유럽과 같이 면적 중심의 직불제는 농가 내 불평등과 양극화를 심화시켜 중소영세농의 설자리를 잃게 할 수 있다. 농민공익기여직불의 세부 내용이 없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은 알 수 없지만 면적 직불이 74%를 차지하고 있는 현행 공익직불과 크게 차이가 없어 보이는 농민공익기여직불로 기후위기와 생태위기의 시대에 중소농중심의 생태농업을 구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따라서 농지 면적이 아니라 농사를 짓는 사람 중심의 직불제인 농민기본소득이 실현되어야 농민의 생계도 보장되고 생태농업으로의 전환도 가능하다. 유럽에서도 면적중심의 직불금이 농가 내 부익부 빈익빈을 심화시키고 농가인구 감소를 가속화시킨다는 점을 들어 최근 프랑스 정부 내 연구기관에서는 농민 개인당 연간 약 1천만 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작업량에 따라 추가 지급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넷째, '농민공익기여지불'이 중소농의 소득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국토·환경·문화·지역 지킴이 수당'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는 주장은 자체 모순과 한계가 있다.
기본소득은 보장, 기여직불은 추가 보상
중소영세농에 대한 정책과 농촌주민에 대한 정책은 분명 차이가 있다. 중소영세농의 소득 문제를 농촌주민 전체로 확대하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고 해결하기도 어렵다. 또한 이름도 어려운 '국토·환경·문화·지역 지킴이 수당'은 오히려 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 '국토·환경·문화·지역 지킴이 수당'은 농민공익기여직불처럼 차등을 두자는 뜻이 아니라 농촌 주민이면 누구나 수당(기본소득)을 지급하자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는 농촌주민기본소득과 궤를 같이 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중소농의 소득문제 해결과는 별도로 논의되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농민기본소득전국운동본부는 박진도 전 위원장이 주장한 '농민공익기여직불'이 최근 논의되고 있는 농(어)민수당·공익직불·농민기본소득의 역할과 기능을 점검하고 개선을 모색한다는 차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그 정책 자체가 가지고 있는 모순과 한계로 인해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다만 농민공익기여직불이 경제사회적 기본권으로서 농민기본소득이 보장되고 그 바탕 위에 농민의 공익적 역할에 대한 추가 보상적 성격의 직불이라면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
기후위기·먹거리위기·지역위기의 시대에 땅과 생명을 가꾸고 지키는 농민의 기본적 생존권이 보장되고 그들의 삶이 존중 받는 사회 그래서 농민도 행복하고 국민도 행복한 그 전환의 사회를 함께 만들어 나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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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리교농촌선교훈련원에서 일하고 있는 목사이며, 농민기본소득운동전국본부에서 운영위원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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