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본변경 청구인 가족이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가정법원 앞에서 열린 '엄마의 성·본 쓰기' 성본변경청구 허가 결정을 환영하는 기자회견에 아이를 안고 있다.
연합뉴스
그렇게 마음을 먹으니까, 성이 뭐 대수인가 싶었어. 정원이가 김정원이든, 정정원이든 우리 정원이는 세상에서 하나뿐인 정원이잖아(근데 정정원은 좀 그러네, 청정원이라고 놀림 받을 거 같아).
정원아, 네 이름이 왜 정원인 줄 알아? 엄마가 식물 키우는 걸 좋아하거든. 작은 베란다 정원에 앉아 한낮의 따스한 햇볕 쬐기. 식물들에게 시원하게 물 뿌려 주기. 이런 걸 엄마는 무척 좋아해. 그리고 그렇게 좋아하는 엄마 모습을 보면 아빠도 기분이 좋아져. 그래서 너도 너만의 정원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있는 힘껏 행복하길... 너만의 정원을 꼭 가지길
세상 살다 보면 힘들고 어려운 때가 있거든. 그럴 때 너만의 정원에서 편하게 쉬고 놀면서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네 이름을 정원이라고 지었어.
기억해둬. 우리는 모두 행복하게 살기 위해 태어났다는 걸. 행복하기 위해 힘껏 노력하는 것, 그걸 우린 인생이라고 불러.
근데 혹시 말이야, 나중에 누가 네 성이 아빠 성과 다르다고 이상하게 쳐다보는 사람이 있다면 그런 편견쟁이는 멀리했으면 좋겠어. 그리고 네가 엄마 성 쓰는 걸 자랑스러워했으면 좋겠어.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여성을 차별해 온 부성우선주의 원칙에 우리는 당당히 맞선 거야.
앞으로도 편견과 차별에는 당당히 맞서는 정원이가 됐으면 좋겠어. 아빠가 너무 많은 걸 바라나? 대신 '공부해라, 좋은 대학 가라, 돈 많이 버는 일 해라, 결혼해라, 아기 낳아라' 이런 잔소리는 하지 않을게. 정원이는 정원이답게, 너만의 삶을 살아. 이 정도면 너도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닐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