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통령 선거가 본궤도에 올랐다. 각 정당과 유력 후보들이 11월 11일 농업인의 날을 맞아 농어업정책에 대한 입장을 내놓았다.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는 농촌기본소득을 약속했고,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수석대변인 논평을 통해 농업분야 코로나 손실 보상을 약속했으며,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농어업 먹거리 공약을 발표하며 농민기본소득 즉각 도입을 약속했다.
아쉽게도 정의당 심상정 후보를 제외하고 구체적인 청사진을 내놓지 않아 농어업정책이 대선에서 실종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숨길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당 후보가 농촌기본소득을 주장하고 정의당 후보는 농어민 개인에게 월 30만 원 지급이라는 구체적 방안까지 내놓으면서 다시 기본소득 도입에 대한 공론화를 펼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지금 농어업계는 공익직불금, 농민수당, 농민기본소득, 농어촌기본소득, 농촌주민수당 등 백가쟁명식의 논쟁들이 한창이다.
우선 '국민총행복 농산어촌 개벽 대행진'에 나선 박진도 교수는 일선 지자체가 시행하고 있는 농민수당과 기본형과 선택형으로 나뉘어있는 공익형직불금을 '농민공익기여직불금'으로 통합하여 친환경 생태농업을 실천하는 농민과 국토·환경·문화·지역 지킴이의 의무를 수행하는 선별된 농촌주민에게 월 30만 원의 공익기여 직불금과 농촌주민수당을 지급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박진도 교수의 의견은 논란이 되는 지급대상을 농어촌주민까지 확대했다는 긍정적인 의미가 있지만, 책임과 의무가 부여된 선별된 농민과 주민에게 지급한다는 제한성을 두고 있어 기존의 농민수당이나 공익형 직불금이 최소한의 요건(농업경영체 등록. 300평 이상 경작)만 갖추면 지급해오던 것을 후퇴시키거나, 대상자 선별에 따른 사회적 혼란을 가중할 가능성을 안고 있다.
특히 농민수당은 지자체가 지역 농정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주민들의 적극적인 조례 청구로 도입된 제도인 만큼 국가정책의 필요에 따라 섣불리 통합을 주장할 사안이 될 수 없음에도 통합을 전제로 '공익기여 직불금'을 주장하고 있어 지방 자립과 지방분권 농정 실현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본다.
한편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농민기본소득과 농촌기본소득을 동시 병행하겠다는 기존의 견해를 뒤로하고 농촌기본소득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아직 구체적으로 지급대상과 방식 등이 제시되지 않아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한계인구 밀도 지역 면 단위 주민을 대상으로 지급하는 내용으로 정리되었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이재명 후보의 농촌기본소득은 사실상 농업·농민정책이라기보다는 지역소멸에 대응하는 인구정책 성격이라고 이해된다. 만약 3000명 기준의 면 단위 주민을 대상으로 벌이게 된다면 실제 영농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도시 근교나 읍 지역 거주 농민들은 대상에서 제외됨으로써 새로운 논란을 불러올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갖고 있다고 본다.
실례로 경기도 고양시의 경우 39개 동 지역에 5179 농가 1만 5442명의 농민이 있으나 이들은 사실상 지급대상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어 범주형 기본소득의 취지를 담아내기 어려울 것으로 이해된다.
그나마 모든 농어민부터 개개인에게 매월 30만 원을 지급하겠다는 정의당 심상정 후보의 안은 농민기본소득의 취지를 가장 잘 담아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심 후보는 농어민기본소득을 기후위기·지역소멸·식량위기를 극복하고 공존의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핵심 전략으로 규정하고 생태 농어업으로의 대전환 과정이 정의로울 수 있도록 농어민에 대한 소득보장을 전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렇듯 농민기본소득을 둘러싼 다양한 의견들이 대선을 둘러싸고 활발하게 논의되는 것은 그만큼 농민기본소득의 필요성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가 크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
따라서 국회는 지난 6월 23일 국회의원 66명의 서명으로 발의된 '농민기본소득법'의 심의·의결을 더는 늦출 이유가 없게 되었다. 오히려 이러한 다양한 논쟁을 바탕으로 국회가 주도권을 갖고 공청회 등을 신속하게 진행하여 농민기본소득법안의 입법을 서둘러 대선 결과와 무관하게 농정 대전환의 디딤돌로 만들어가야 한다.
그래야만 탄소중립을 앞당기는 친환경농업으로 전환을 촉진하고 규모화 전업화를 기반으로 하는 생산주의 농정의 한계를 극복하며 가족농 중심의 중소농이 농업·농촌의 지속가능성을 열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는 더 이상 논의를 미루지 말고, 여야가 머리를 맞대어 조속한 시일에 심의·의결하여 시름에 젖은 농민들에게 환한 웃음을 전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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