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랩(Slap) <'조용한 학살'이 다시 시작됐다> 유튜브 영상 장면 캡처
최한슬
지난 2020년 3월, 20대 여성 12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는 통계가 나왔다. 그 다음으로 40대, 50대, 30대 순으로 일자리를 잃어, 2020년 고용 통계 중 전체 취업자 감소의 61.5%가 여성으로 나타났다(출처: 슬랩 <
'조용한 학살'이 다시 시작됐다> 유튜브 영상). 사회경제적 위기 상황에는 언제나 그 사회의 약자부터 피해를 입는다. 사회적 보호망이 가장 허술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코로나가 촉발한 이번 위기 상황에서는 여성이 가장 먼저 그 직격탄을 맞았다.
그러나 이러한 여성의 고용 위기와 실업은 전혀 공론화되지 못했고, 20대 여성의 자살 사망률은 전년 대비 43%가 증가했다. 사회의 한 단면에서 일어나고 있는 '조용한 학살'인 셈이다. 임윤옥 한국여성노동자회 자문위원은 여성의 실업은 사회구조적 문제가 아닌, 개인의 능력 문제이자 사소한 일로 치부된다는 점에서 사회의 위기 대응 방식이 매우 가부장적이라고 보았다. 주로 보조, 잉여 인력으로 활용되던 여성의 노동력은 사회 위기 상황에서 가장 먼저 배제됐고, 이는 여성들을 극단적인 선택의 상황으로 내몰았다.
문제는 이것이 일시적인 상황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장숙랑 중앙대 적십자간호대 교수는 현재 90년대생, 20대 여성의 자살 사망률과 증가폭이 일본 전후 세대의 자살 사망률과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다고 경고했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패망한 국가를 견뎌야 했던 일본의 청년들은 계속해서 우울증에 시달렸고 나이가 들어서도 변하지 않는 높은 자살 사망률을 보였다.
즉 현재 여성 청년 세대의 높은 자살률이 청년 시기에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시간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는 그 세대만의 고질적인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더욱 극대화된 사회적 불안정, 실업, 고용 불안, 임금차별, 여성 대상 범죄, 여성 혐오 정서 등은 지금 여성 청년들을 어디까지 몰고 있는가. 우리가 진지하게 들여다봐야 할 시점이다.
여성가족부 폐지의 대안은 무엇인가
이 시점에 여성 청년은 대선 후보의 정책에서도 천천히 지워지고 있다. 앞서 말했듯 코로나19 이후 여성 청년의 높은 실업률은 전혀 공론화되지 못했고, 곧 시행될 대선에 나올 후보들은 너나없이 여성가족부 폐지론에 탑승했다. 대선 후보 4인은 모두 '여성'이란 글자를 '성평등' 혹은 '가족'이란 이름으로 대체했다.
2001년 김대중 정부와 함께 출범한 뒤 턱없이 부족한 인력과 예산에 시달리며 호주제 폐지, 성폭력∙성매매 방지법 제정, 남녀고용평등법 개정∙보완 등 굵직한 업적을 남긴 여성가족부는 20년 후, 존폐의 위기에 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