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 1호선 엘리베이터 안내
조혜영
다음 날에는 꼭 엘리베이터를 고집하지 않고 에스컬레이터를 탈 수 있는 곳이면 그렇게 해 보기로 했다. 일부러 멀리 돌아갈 필요는 없지만 가까운 에스컬레이터라면 계단을 직접 오르내리는 것이 아니니까 오케이다.
신도림역에서 지하 1층으로 가는 엘리베이터는 이동 거리가 멀어서 문제였다. 계단 옆에 에스컬레이터가 있었던 생각을 하면서 계단 쪽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아무리 돌아봐도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는 없다.
내가 봤던 것은 올라가는 방향이었다. 역시 주의 깊게 생각해 본 적 없는 문제였다. 계단은 양방향 가능이니까 있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에스컬레이터는 방향이 중요한 문제다.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러 걸으면서 그동안 얼마나 이러한 것들에 무심했었는지 생각했다.
장애인 연대의 시위를 겪으며
몇 주 전 뮤지컬 공연을 보려고 3호선 지하철을 타고 이동 중이었다. 이제 두 개만 지나면 내릴 역이었지만 지하철은 출입문을 연 채로 십분 가까이 움직이지 않았다. 방송에서는 장애인 연대의 시위가 있어 운행이 지연되고 있다는 말을 반복했다.
나는 공연까지 아직 시간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어 마음은 점점 급해지고 급기야 서서 읽던 책에 집중할 수 없게 되었다. 지금 만약 아주 급하게 가야 하는 사정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애가 탈까,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뉴스에서는 전국 장애인차별철폐 연대에서 수 주간 이동권 보장을 위한 시위를 하고 있다고 했다. 출퇴근 시간에 시위로 인해 지각한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시위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출퇴근 시간에 하는 시위는 너무했다는 생각이 든 것도 사실이다.
지금은 좀 생각이 달라졌다. 단지 며칠의 경험으로 시위하는 분들의 심정을 모두 헤아릴 수는 없다. 하지만 이마저도 내가 겪어보지 않았다면 생각하지도 않았을 일이다. 비교적 체계적으로 보이는 지하철 역 엘리베이터 문제도 이렇게 복잡하고 불편하리라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얼마 후 무릎 통증이 나으면 나는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아도 될 것이다. 고장 난 엘리베이터를 보며 허탈하게 계단 한 칸 한 칸을 짚으며 올라가지 않아도 된다. 이동이 불편하지 않은 대부분의 날을 살며, 이동이 불편한 사람들의 고통을 잊고 있었다.
며칠째 집 근처 지하철 역에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가 고장이다. 걸어서 올라갈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한 대책은 있는지 궁금해졌다. 그건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 나만 아니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언젠가 내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조금만 마음을 열어 관점을 바꾸어 보는 것은 어떨까?
혼자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꿈꾼다면 좀 더 따뜻한 세상이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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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엘리베이터 위치, 진로 방해라고 생각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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