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집' 사진전 전시작품
손은영
창문 조명의 불빛은 마냥 환해서 무척이나 당당하다. 아파트가 흔하지 않았던 나의 어린 시절 이층 옥상에만 올라가도 온 동네가 훤히 내려다보였다. 당당했던 그 집들이 지금은 납작한 집이 돼 버렸다. 아파트에 밀려 사라지는 집들의 초상화 같은 느낌도 받는다.
작품 속에 어떤 인물도 등장하지 않지만, 집들의 담벼락 너머 방안에 가족들의 대화가 들리는 듯한 착각도 해 본다. 침묵하는 사진이지만 잠든 가족들이 보이기도 한다. 고단한 아빠의 코 고는 소리, 아이들의 낮은 숨소리도 들린다. '밤의 집' 사진을 보면서 느끼는 묘한 매력을 느낀다.
작가는 "엄마의 뱃속과 같이 평온하면서 가장 사적이고 소중한 공간으로 보이도록 충만한 색감을 많이 사용했다. 밤의 공간 속에서 아름답게 빛나는 존재로서 '집'을 드러내 보이고 싶었다"고 한다.
"우리 삶에 있어서 가족 구성원들의 필수적인 정서적인 교류 공간이라는 점을 다시 생각하면서 '밤의 집'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며, 작가는 이 사진들이 "상처 입은 인간에 대한 위로"가 되고 싶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