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밤 폭우로 인해 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한 주택 반지하에 살던 50대 여성 A씨가 익사했다. 8월 10일, A씨가 살던 반지하 집 앞에 A씨가 키우던 고양이들이 모습을 보였다. A씨는 침수 상황 도중 고양이들을 구하고 나오려다 숨졌다고 이웃들이 전했다.
김성욱
최근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이어진 집중 호우 때문에 반지하 주택의 피해 소식이 연이어 들려왔다. 안타까운 인명 피해가 이어지는 가운데 상도동에서는 반려묘를 구하러 반지하 집에 다시 들어갔다가 참변을 당한 한 여성의 사연도 전해졌다. 집이 침수되어 피신을 했지만, 고양이가 남아 있어 다시 집으로 들어갔다가 끝내 빠져나오지 못해 숨졌다.
이에 온라인상에는 피해자를 애도하기보다 오히려 그 행동을 비난하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대개 '고작' 고양이를 구하러 위험한 상황에 뛰어드는 행동이 어리석다는 요지다. 만약 딸을 구하러 간 어머니였다면, 자식을 구하러 간 부모였다면 다르게 보여졌을까.
반려동물을 구할 수밖에 없는 선택
고양이 세 마리와 대형견 한 마리를 반려동물로 함께 살다보니, 지진과 화재 등의 재해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마음이 덜컹한다. 만약 갑작스럽게 대피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특히나 큰 소리가 나면 구석진 곳으로 도망가는 습성이 있는 고양이들을 바로 이동장에 챙길 수 있을까? 비상 상황을 가정하면서 내가 가벼운 고양이 두 마리, 남편이 뚱뚱한 고양이 한 마리를 안고 도망가자고 계획을 정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그런 상황이 된다면 침착하게 대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고양이와 강아지를 두고 사람만 빠져나갈 수 있을지, 그건 잘 모르겠다. 누군가는 '사람이 중요하지, 동물이 중요하느냐'고 단호하게 말하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자신만큼이나 소중하게 여기는 대상도 존재한다. 설령 같은 결론에 다다른다 해도 그리 간단하게 저울질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닐 것이다.
어떤 생명은 구하는 것이 옳고, 어떤 생명은 덜 아쉬운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건 사회적으로 동물은 인간만큼 중요하지 않은 생명이라는 인식 때문일 것이다.
지난해 법무부에서 기존에 동물을 '재물'로 취급하던 법적 지위를 비물건화하는 개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체감할 만한 인식 변화까지 닿지는 못한 듯하다. 생각해보면 심지어 사람에 대해서도 생명의 경중을 따지는 경우가 여전히 존재한다.
최근 인기 있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는 자폐인 동생과 함께 살던 의사 형의 죽음에 대한 에피소드가 나온다. 이 사건이 기사화되자 '의대생이 죽고 자폐아가 살다니 국가적 손실이다'라는 댓글에 수백 명이 '좋아요'를 누른다. 생명의 가치를 따지는 사회에서 우영우는 장애를 지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명의 무게에 대해서 생각한다.
물론 드라마 속 내용이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같은 인간이라도 어떤 생명은 더 중요하고, 어떤 생명은 가치가 없다는 시선 속에서 동물의 생명 가치를 존중받는 것은 아직도 요원한 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만약 생명에 경중을 매길 수 있다면, 고양이를 구하러 물이 차오르고 있는 집으로 돌아가야 했던 여성에게 그 고양이는 절대 잃을 수 없는 소중한 가족, 무거운 생명이었을 것이다.
재해 상황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