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내 곳곳을 어슬렁 거리는 고양이들다양한 모습의 고양이들이 책 읽는 옆에 스스럼 없이 와서 놀고, 잠을 잔다.
김영래
전체적인 풍경에서는 분명 비어있는 듯 보였는데 자세히 보니 풍경 속에 녹아든 사람들이 하나 둘 다 각자의 모습으로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마치 숨은 그림 찾기처럼. 이층에 올라 겨우 빈자리를 잡고 내려다보니 의자는 좀 불편해도 꽤 괜찮았다. 여기서 엊그제 산 김훈의 '하얼빈'을 다 읽을 생각을 했다.
생각은 생각일 뿐 자꾸 집중을 흐트러 뜨리는 귀여운 훼방꾼들이 나타났다. 고양이가 어슬렁거리며 다가오더니 능숙하게 내 옆자리에 날름 올라 앉았다. 그리고 졸린 듯 스스럼없이 잠이 든다. 내 손이 닿아도 모르는 척한다. 또 한 마리가 나타났다.
이번에 뒷자리에 올라앉고, 다른 녀석은 창가 쪽 좁은 틈새에 보금자리로 들어가서 포즈를 취한다. 쓰담 쓰담하다가 사진도 찍고, 몇 글자 보다가 다시 쳐다보게 된다.
서너 시간 책을 읽다 고양이를 보다 다시 카페 풍경을 내려다 보길 반복했다.
창밖 풍경은 별거 없고 안은 얘기 소리도 없이 음악만 들릴 뿐 잔잔하다. 가끔씩 사람이 오갈 뿐이다. 커페이면서 도서관처럼 오히려 조용조용하게 속삭이게 된다. 아래쪽에 편한 소파 자리가 나서 자릴 옮겼더니 거기로도 다른 고양이가 찾아와서 또 옆자리에 앉는다. 각자 맡은 영역에서 역할을 부여받은 것처럼 능숙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