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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달빛야시장, 그 후... 새벽 3시 '쓰레기 무덤'이 생겼다

[현장] 다회용기 할인 안내 미흡, 대형 쓰레기장은 철거... 산처럼 쌓인 쓰레기

등록 2022.08.30 16:05수정 2022.08.30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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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포한강공원에서 열린 한강달빛야시장이 문을 닫은 후, 잔디밭에 버려져 있는 쓰레기
반포한강공원에서 열린 한강달빛야시장이 문을 닫은 후, 잔디밭에 버려져 있는 쓰레기고선영
   
 쓰레기 더미에는 먹다 남은 라면 국물이 그대로 담긴 용기도 발견됐다
쓰레기 더미에는 먹다 남은 라면 국물이 그대로 담긴 용기도 발견됐다고선영
 
3년 만에 열린 한강달빛야시장은 '달빛 아래 예술과 낭만이 있는 서울형 야시장'을 표방한다. 지난 26일과 27일, 3년 만에 열린 야시장에는 각각 5만, 8만 여 명의 시민이 찾은 것으로 추산된다.

8월 27일 새벽, 낭만이 끝난 뒷자리에는 '쓰레기'가 남았다. 갈 곳 잃은 쓰레기들은 반포한강 공원 내에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작은 쓰레기통으로 모였다. 쓰레기를 분리하는 사람도 관리하는 사람도 없었다. 야시장에서 안내한 대형 쓰레기장은 철거된 지 오래였다.

그 결과 새벽 3시쯤이 되자 쓰레기무덤이 생겨났다. 돗자리와 쓰레기봉투가 엉켰다. 쓰레기봉투 안에는 맥주 캔과 배달용기 음식물이 하나의 패키지인 듯 묶여 있었다. 먹다 남은 국물이 그대로 담겨 있는 라면그릇도 발견됐다. 

그곳과 10m 채 떨어진 잔디밭 위에는 정리를 포기한 듯한 돗자리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주위로 사용한 종이컵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공원 곳곳에 있는 쓰레기통에 붙어 있는 재활용품 표시 팻말은 무색했다. 쓰레기통에 들어가 있는 쓰레기보다 밖에 쌓인 쓰레기가 더 많았다.
 
 27일 새벽, 한강달빛야시장에 생긴 '쓰레기 무덤'의 모습
27일 새벽, 한강달빛야시장에 생긴 '쓰레기 무덤'의 모습고선영
 
 반포한강공원으로 가는 길가에도 쓰레기 더미가 생겨났다
반포한강공원으로 가는 길가에도 쓰레기 더미가 생겨났다최인선
 
쓰레기 행렬은 인근의 고속버스터미널역으로 가는 길까지 이어졌다 길은 '인'도가 아니라 '쓰레기'도였다. 쓰레기는 인도의 절반을 차지했다. 페트병, 일회용 테이크아웃 잔, 맥주 캔, 마스크, 치킨 박스는 하나의 덩어리가 돼 있었다.

서울시는 이번 달빛야시장에서는 환경 문제를 고려해 푸드트럭에서 쓴 모든 용기와 봉투는 친환경 생분해 소재를 썼다고 밝혔다. 그러나 3년 만에 다시 시민을 찾은 야시장에게 쓰레기 문제는 여전히 난제였다.

다회용기 할인이요?
 
"다회용기 할인이요? 700인분 팔았는데 다회용기 가져오는 손님은 한 명도 없었는데요."


지난 26일 열린 한강달빛야시장에서 푸드트럭을 운영한 사장 A씨의 말이다. 한강달빛야시장에선 다회용기를 가져오면 음식을 할인하는 행사를 진행했지만 현장에서 다회용기를 이용하는 시민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한강달빛야시장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인 인스타그램에서도 다회용기 할인 정보를 찾아볼 수 없었다. 26일 밤도깨비야시장을 방문한 최아무개(23)씨는 "인스타그램 등으로 정보를 찾아보고 갔지만 다회용기 할인을 구매하기 직전 푸드트럭 앞에서 알게 됐다"면서 "이런 게 있었다는 것을 늦게 알게 돼 아쉽다"고 말했다.

이날 재료 소진으로 일찍 마감한 푸드트럭 8곳에 문의한 결과, 다회용기를 가져온 시민은 총 5명이었다. 푸드트럭 사장 B씨는 "시에서 제대로 홍보하지 않아 모르는 시민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근무하는 안내데스크 관계자는 "어떤 방식으로 홍보하는지 저희도 잘 모르지만 기사를 찾아보면 나오지 않냐"고 답했다.


5만 명 '운집'... 그곳의 쓰레기장은
 
 줄 서기를 포기한 시민이 버리고 간 다른 색상의 쓰레기 봉지.
줄 서기를 포기한 시민이 버리고 간 다른 색상의 쓰레기 봉지.고선영
   
 쓰레기장은 철거되고 현수막만 남은 현장
쓰레기장은 철거되고 현수막만 남은 현장고선영
  
서울시가 마련한 쓰레기장에는 푸드트럭 대기 줄만큼이나 긴 줄이 이어졌다. 시민들은 안내에 따라 분리수거를 잘 따르는 듯했다. 하지만 쓰레기장 뒤편에서 약 30분 간 분리 과정을 지켜본 결과, 긴 줄을 기다리는 것을 포기하고 쓰레기더미위에 그냥 얹고 가는 시민들도 있었다.

야시장 운영시각 종료된 지 한 시간가량 지난 10시 56분, 쓰레기장 한 곳이 사라졌다. 노란 조끼를 입은 야시장 관계자는 분리수거함을 들고 가 버렸고 그 자리에는 쓰레기통이라 쓰여 있는 현수막만 남았다. 양손 가득 쓰레기봉투를 든 시민은 팻말만 있는 쓰레기장을 보고 당황해 했다. 다행히 몇 미터 떨어진 곳에 쓰레기장 하나가 아직 운영 중이었다. 그 곳에서 분리수거를 돕고 있는 야시장 관계자에게 물었다.

- 여기에 몇시까지 쓰레기를 버릴 수 있나요?
"몰라요 근데 곧 철거할 거예요."

- 그럼 그 이후에 쓰레기는 어디에 버리나요?
"저희도 잘 몰라요."

실제로 첫 번째 쓰레기장이 철거된 지 11분 뒤 두 번째 쓰레기장마저 자취를 감췄다. 그러나 주변에는 여전히 많은 시민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29일 서울시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26일 한강달빛야시장을 찾은 방문객은 5만 여명이다.

반면, 이번 2022 한강 달빛야시장의 안내도에 적힌 쓰레기 처리 공간은 단 두 곳이었다. 그마저도 운영시간이 종료되자 칼같이 치워졌다. 그러나 시민들은 운영시간 종료 후에도 한강공원에 머물렀고, 그 결과가 새벽 3시 '쓰레기 무덤'으로 이어진 것이다.

한강 야시장은 그간 '밤도깨비 야시장'이라는 이름으로 여의도 한강공원, 청계천 등에서 진행돼왔으나 올해는 반포한강공원에서만 열렸다. 도깨비가 3년만에 돌아왔으나, 달빛 아래는 쓰레기만 남았다.
#한강달빛야시장 #밤도깨비야시장 #한강쓰레기 #서울밤도깨비야시장 #반포한강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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