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 측 직원이 김밥과 떡볶이를 입에 밀어넣자 자리에서 벗어나며 자신의 왼쪽 뺨을 때리는 고 장희원씨의 모습
SBS
보호센터의 직원들은 희원씨가 스스로 자신의 얼굴을 때리는 자해행위로 거부의 의사를 표시한다는 점을 알고 있었습니다. 희원씨의 어머니가 장애인보호센터 이용 신청 시 이 부분을 고지하였고, 사회복지사들도 근무하는 과정에서 희원씨를 관찰하며 그의 특성을 어느 정도 파악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문제의 사회복지사들은 중증지적장애인인 피해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도망가는 희원씨를 붙잡고 힘으로 제압한 뒤 음식을 입안에 쑤셔넣고, 아랫배를 때리기까지 했습니다. "그저 업무 처리에만 급급해 음식을 짧은 시간에 입에 밀어넣으려 한 것 아니냐"는 것이 아버지 장씨의 절규입니다.
"사회복지사는 활동 지원 중 장애인 복지대상자가 거부를 한다면 억지로 해서는 안 되고, 꼭 필요한 활동이라면 보호자한테 연락을 해야 되거든요. 특히 물리적인 힘을 써야 한다면 꼭 보호자에게 연락을 해야 하는데, 전혀 지키지 않았어요."
피고인 A씨는 1급 사회복지사 자격을 보유한 전문가였습니다. 그러나 사회복지사가 복지대상자를 돕기 위해서 지켜야 할 원칙인 '비에스텍의 7대 원칙'을 전혀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 아버지 장씨의 주장입니다.
'비에스텍의 7대 원칙'에 따르면, 사회복지사는 클라이언트(장애인 복지대상자)의 감정 표현을 격려하고, 그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여야 합니다. 또한, 장애인으로서가 아니라 개별 인간으로서의 클라이언트가 지닌 독특한 자질과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피고인 A씨는 희원씨의 개별적 특성(자해행위로써 거부 의사 표현)과 자기결정(식사를 하지 않겠다는 의사결정)을 무시하고 물리력으로 식사를 강행한 것입니다.
사회복지사가 장희원씨의 식사를 업무로써 강행해야 할 이유도 전혀 없었습니다. 유족들은 장애인주간보호센터에 여러 차례 "피해자가 식사를 하기 싫어하면 굳이 먹이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게다가 장희원씨의 식사 보조는 애초에 가족이 보호센터에 의뢰한 업무도 아니었습니다.
"일주일에 3번, 주간에 2~3시간 맡긴 거였어요. 특수학교 졸업 후에 아이가 집안에만 있을 수는 없고 바깥 활동을 해야 하잖아요. 그 보호센터에 넓은 강당이 있어서 아이가 뛰어놀 수 있겠구나 생각한 거지, 밥을 먹여달라고 한 것이 아니거든요. 그런데 보호센터에 보낸 지 3개월 만에 아이가 죽은 거예요."
무엇보다 유족이 분통을 터뜨리는 부분은, CCTV 영상에 명백하게 학대의 장면이 담겨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이 자신의 범죄를 일체 부인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반성하는 모습이라고는 하나도 없어요. 자신은 죄가 없다고 우기고, 항소까지 하니까 저희도 엄벌탄원서를 받는 거예요. 적어도 감형만은 막아야 하니까요."
장애인 대상 범죄에 관대한 양형기준
피고인 A씨의 학대치사 혐의에 대해 현재 2심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1심에서 검사는 징역 10년형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징역 4년형을 선고했습니다. (피고인은 학대치사와 장애인복지법 위반으로 기소되었으나, 인천지방법원 재판부에 의해 상상적 경합(1개의 행위가 수개의 죄에 해당하는 경우, 형법 제40조)범으로 처단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장애인복지법위반보다 형이 더 무거운 학대치사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한다고 재판부는 판결문에 밝혔습니다. - 기자 주)
1심 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피해자의 아버지 장씨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대법원에 양형기준이라는 것이 있더라고요. 판사님이 물론 그걸 다 따르라는 법은 없는 거지만 학대치사에 대해서는 기본이 2년에서 4년이에요. 그런데 A는 초범이고 경험 미숙이라고 해서 모든 혐의에 대해서 유죄가 인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기본 중에서 제일 높은 형이 나온 게, 고작 징역 4년형이라 받아들이기가 힘들었습니다."
재판부에 대한 원망은 없지만, 양형기준에 대해서는 상당히 아쉽다는 반응이었습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제시한 학대치사 양형기준에 따르면, 유기·학대 범죄로 인해 사망의 결과가 발생한 경우의 기본 형량은 2~4년입니다.
특이한 점은 가해자가 심신미약 혹은 장애를 가진 경우는 감경요소로 고려하지만, 반대로 피해자가 장애 등의 이유로 취약한 상태에 놓인 경우는 가중요소로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피해자의 특성으로 인해 가중처벌이 내려지는 경우는 피해자가 아동인 경우뿐입니다. 양형위원회는 아동학대의 경우 양형기준을 별도로 마련하여, 아동학대치사의 경우 기본 4~8년으로 더 무겁게 처벌합니다. 이에 대해 장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피고인이 항소이유서에 우리 아이에 대해서 3~4세 수준의 정신 연령을 가지고 있다고 써뒀어요. 그렇다면 피고인도 그만큼 (희원이가) 아동과 같이 항거능력이 부족해서 취약한 상태였다고 인정하고 있는 것 아닌가요? 장애인 학대치사에 대해서도 아동학대처벌법에 준하는 형이 나와야 하지 않느냐는 말을 저는 하고 싶은 거예요."
장씨는 이런 말도 덧붙였습니다.
"우리나라 사회에서는 발달장애인들이 성인이 됐을 때가 제일 위험해집니다. 아무래도 이제 덩치가 커졌고 그렇기 때문에 측은지심도 얻기 힘들고요. 범죄의 피해자가 되었을 때 비장애인에 준거해서 똑같이 판결하기 때문에, 너무 불리해요. 발달장애인들은 항거능력이 없고 변론을 할 수가 없으니, 형이 훨씬 가벼워져요. 장애인 학대 범죄에 대해 양형기준이 너무 관대한 것 같아요."
장애인 대상 학대 범죄를 엄벌함으로써, 우리 사회가 장애인 돌봄 문제 전반에 더 경각심을 가질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는 것이 피해자의 아버지 장 씨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였습니다.
피해자 장희원씨의 유족들은 피고인 A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기일(9월 15일)을 앞두고 엄벌탄원서를 받고 있습니다. 8월 29일 기준 2520건의 탄원서가 모였습니다. 유족들은 9월 5일까지 탄원 서명을 받는다고 전했습니다.
▶온라인 탄원서 링크 :
https://forms.gle/5ZupN9oQAWjikbcG8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당신의 일상을 지키는 화난사람들, 에디터 예지입니다.
공유하기
장애인이 죽었는데 고작 징역 4년형? 유가족이 직접 나섰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