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미 시인
이종미
그렇게 건강한 취미를 갖고 지내던 이종미 시인에게 어느 날 눈이 번적 뜨이는 소식이 전해졌다. 구청에서 진행하는 교육 프로그램 중에 사진을 찍고 그 느낌을 시로 표현하는 디카시 창작교실이 있다는 것이다.
평소에 틈틈이 수필을 쓰면서도 언젠가는 시를 써 보겠노라고 생각하던 차에 그야말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더군다나 사진을 찍어서 시를 쓴다니, 일석이조(一石二鳥)가 아닐 수 없다.
그렇게 이종미 시인은 구청에서 진행하는 디카시 창작반에서 공부했다. 그곳에는 나이가 대체로 지긋하신 분들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이종미 시인은 좀 더 많은 편인데, 누구보다 집중해서 강의를 듣고 열심히 사진을 찍으며 시를 썼다. 들은 바로는 몇 개월 만에 수백 편의 작품을 썼다고 하니 정말 늦바람이 나도 단단히 난 것이다.
이종미 시인의 시집 '거미 화백'은 그렇게 세상에 나왔다. 그녀는 그 책에 실린 '시인의 말'에서 이렇게 말한다. "반성만 하고 있기에는 시간이 짧다. 아름다운 자연은 여전히 우리 곁에 있고, 내 감정선은 둔해질 것이고, 딸들과의 이별의 시간은 가까워지고 있다."
정말 우리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말이 아닐 수 없다. 시인은 그대로 있는 것들과 그렇지 않은 것, 그리고 이별해야 하는 대상을 이야기하며 노년의 회한을 그려내고 있다. 그러한 노시인의 마음을 표현한 작품을 하나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