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 촛불에 둘러싸여 있는 아기 예수희생자 이름이 하나하나 씌여있는 촛불컵에 아기 예수가 둘러싸여 있다.
김양오
지난 25일 성탄절 저녁, 서울 용산구청 근처 시민 분향소에서 열린 성탄절 미사에 참석했다. 정의구현사제단에서 마련한 미사였고 전국에서 많은 신부님들이 달려와 미사를 함께 집전했다. 하지만 거룩하고 엄숙하게 지내야 할 미사는 엄청난 소음과 방해 속에 간신히 진행되었다. 분향소 앞 작은 광장은 극우성향 보수 단체들이 몇 시간 전에 절반을 차지해 버려, 미사 참석자들은 좁은 공간에 다닥다닥 붙어 서거나 골목으로 들어가 미사를 드려야했다.
뿐만 아니다. 미사 시작 두 시간 전부터 미사 시간 내내 엄청난 음향 소음과 거친 발언을 쏟아내 평생 겪어 보지 못한 강력한 소음공해에 시달렸다.
자신들도 천주교 신자라 주장하며 마이크를 잡은 두 사람은, 이날 정의구현사제단을 맹렬하게 비난했고 사제들에게 거의 욕에 가까운 막말을 서슴없이 쏟아냈다. 사제단 총무 송년홍 신부님이 '종교행위를 방해하는 것은 불법이니 저 사람들을 막아 달라'라고 경찰에게 몇 번이나 요구했지만, 경찰은 그들을 제지하지 않았다.
거의 고문 수준에 가까운 소음 속에서 미사가 시작되었음에도 미사의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도 차분하고 경건하게 진행되었다. 그 어떤 사제도 험한 소리를 하지 않았고 그 어떤 신자도 항의하거나 불평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