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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새해가 밝았다. 한 해를 마무리할 때 쯤이면, 지난 1년간 해내지 못했던 일들을 자책하고 다가오는 1년은 더 나은 삶을 살 거라 다짐한다. 다짐만으로는 부족한 지 다이어리나 플래너 앱을 이용해 한 해의 계획을 세우거나 해돋이를 보며 새해의 복을 빌어본다.
시대의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올해의 트랜드를 찾아보고, 건강을 지키기 위해 운동센터를 등록한다. 경제 기사를 검색하며 잃었던 돈을 언제 회복할 수 있는지 예상하거나 더 괜찮은 투자처를 찾아보기도 한다. 그 결과 매년 더 행복해졌는가? 당연히 아니다.
고 신해철씨가 한 강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삶은 보너스예요." 신박했다. 그렇지만 동감할 수 없는 말이었다. '삶이 보너스라고? 이 생은 한 번 뿐인데 보너스가 웬말이야? 삶은 전투인데.'
그 후 몇년이 지났다. '삶이 보너스'라는 말이 그전과는 다르게 와닿는다. 그동안 읽은 얼마의 책과 얕디 얕은 사유로 내 삶의 깊이나 질이 달라졌을리는 없을 테고, 굳이 이유를 말하자면 현재를 살지 못하는 나를 마주했기 때문이라고나 할까.
나는 항상 현재를 충실히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루하루를 나름의 역할과 업무에 충실하면서 살고 있다고. 그러나 현재에 살고 있는 것은 내 몸 뿐이었다. 더 정확히는 속이 빈 몸 껍질만 '여기, 지금' 있을 뿐, 현재를 누리고 지금 이 순간을 만끽하며 살았던 적이 없었다.
마음은 여전히 정리하지 못한 과거의 얽힌 상처들에 머물러 있고, 머리는 더 잘 살기 위한 계획들로 가득차 벌써 미래에 가 있었다. 현재 닥친 과업들은 잘 처리해나가야 하기에 열심히는 살지만, 감정도 표정도 없는 AI와 같았다. 하마터면 이 시대에 걸맞는 AI로 크게 이름을 떨칠 뻔 했는데, 사람들과 책과 배움이 나를 건져올렸다. 그래서 다시 사람으로 진화하고 있는 중이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말이다.
우리는 삶을 잘 살아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선을 다해 원하던 목표를 마침내 이루어내는 삶.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현재의 많은 것들을 유보한 채 달린다. 언제까지? 목표를 성취할 때까지. 만약 성취하지 못하면? 끝도 없는 낭떠러지로 굴러 떨어져서 헤어나오지 못하기도 한다.
삶에는 목표 따위가 있을 수 없다. 왜냐하면 살아가는 것 자체가 이미 목표이기 때문이다. 삶이 보너스라고 생각한다면 삶의 태도가 달라질 수 있다. 보너스는 그 자체가 행운이다. 그저 감사하게 기쁘게 누리면 된다.
"지나간 것에 매이지 않고 오지 않은 것에 떨지 않으면 된다. 그러면 '지금, 여기'를 살아갈 수 있다. 삶은 오직 현재 뿐이다. 현재 안에 과거와 미래가 동시적으로 구현되기는 하지만, 결국 삶의 현장은 오늘이다." - 책 <조선에서 백수로 살기> 267쪽
2023년, 보너스로 새로운 한해가 또 주어졌다. 내게 남은 보너스가 앞으로 얼마나 더 있을지 알지 못한다. 그렇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오늘을 온전히 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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