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동네 목욕탕부산에는 유독 예스러운 목욕탕이 많아 목욕탕의 추억들을 자주 떠올리게 된다.
김나라
90년대 초반, 수도권의 신도시인 이 동네에 아파트와 함께 들어선 목욕탕이었다. 그간 수많은 한국의 경제 부침에도 꿋꿋하게 견딘 곳. 단정하고도 아날로그 한 분위기를 간직한 채 동네의 수많은 팬덤을 보유했던 핫플이 마침내 문을 닫은 것이다.
이유를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 길고 길었던 코로나에 목욕탕이 이만큼 버텨준 것도 고마웠다. 손님이 있으나 없으나 온수와 난방을 유지해야 하니 아무래도 그 유지비를 감당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코로나 기간 내내 늘 문을 닫지 않을까 불안했었다. 목욕탕에 가지도 못하면서, 목욕탕이 없어질까 봐 10장짜리 쿠폰을 시시때때로 구입해 놓았었는데, 쿠폰을 환불해 가라는 문자에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아...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는 건지.
코로나가 엔데믹화 되고 있고, 이제 곧 실내 마스크 제한도 풀린다지만 아마 목욕탕이 지금껏 버텨왔더라도 운영이 힘들긴 했을 것이다. 가스비와 전기요금이 모두 올라 영업이 쉽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해를 하면서도 요즘 뉴스에서 몇십 년이 된 목욕탕들이 영업상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줄줄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매번 안타깝다. 그곳을 이용하며 많은 위안을 찾던 사람들의 아쉬움이 오롯이 전해져오기 때문이다.
목욕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동의하겠지만, 목욕은 단순히 몸을 닦아내는 역할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따뜻한 물에 들어가면 몸이 데워지며 손끝 발끝까지 편안해지는 기분이 든다. 아마도 혈액순환이 원활해지는 효과일 텐데 온몸의 긴장이 풀어지면 뭉쳐있는 근육뿐만 아니라 뭉쳐있던 마음도 풀린다고 할까. 나를 둘러싼 아집과 완고함까지 느슨해지는 것 같다.
그뿐만일까. 뜨거운 열기가 가득한 건식 혹은 습식 사우나에서는 잠깐만 앉아 있어도 30분간 숨차게 달린 것처럼 땀이 나는데 (물론 칼로리는 태우지 못하지만) 그 개운하고 시원한 기분에는 약간의 중독성마저 있는 것 같다.
땀이 나지만 운동보다는 휴식과 치료에 가까운 사우나의 효과. 목욕을 즐기는 분들이 대개 나이 지긋하신 분들, 그중에서도 무릎이나 허리가 안 좋은 어르신들인 것도 이런 효과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병원에서 받는 간단한 물리치료와 비슷하다고 할까.
거기에 더해 우리나라 목욕탕의 잇템인 '박사'의 청량함은 또 어떻고. 뜨거운 목욕탕 안에서 즐기는 '박사'는 얼음을 잔뜩 채운 통에 '박카스와 사이다'를 섞어 만든 음료인데, 어찌된 일인지 이 음료는 딱 목욕탕 안에서 먹는 맛이 일품이다.
목욕 이상의 휴식 공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