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건설노동조합 장옥기 위원장과 조합원들이 27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정부가 건설노조를 ‘건폭’으로 매도한 것을 규탄하며 오는 28일 4만 여명의 조합원이 상경 투쟁을 벌이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유성호
건설노조는 윤석열 정부가 '건폭'이라 규정하며 탄압하기에 앞서 그동안 정부와 건설업계가 해왔던 약속부터 이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정부는 건설업계·노동조합과 함께 수많은 약속을 했다. ▲2017년 건설산업 일자리 개선 대책 ▲2018년 일자리위원회 건설산업 혁신방안 ▲2020년 관계부처 합동 건설근로자 고용개선 기본계획 등이다. 건설업계도 노동조합과 ▲2018년 건설산업 혁신 노사정 선언문 ▲2018년 건설산업 생산구조 노사정 선언문 ▲2021년 건설업 적정임금제 정착과 확산을 위한 상생협약서 등 여러 차례 합의했음에도 이행된 것은 전무하다.
윤석열 정부가 이를 전임 정부의 약속일 뿐이라고 평가절하 한다면, 필자는 묻고 싶다. 윤석열 정부는 건설노동자의 고용안정을 보장하고 안전한 건설현장을 만들기 위한 대책이 마련돼 있나.
지금까지 정부가 밝힌 대책은 단 하나도 없다. 지난 21일 발표한 '범정부 건설현장 불법·부당행위 근절대책'에는 건설노조의 행위에 대한 처벌만 있고, 대책은 없다. 대통령부터 모든 주요부처 장관이 건설노조의 채용요구가 문제라고 한다면 고용과정에 대한 대책이 마련돼 있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왜 내놓지 못하고 있는가. 이유는 너무 뻔하다. 건설업계는 지금의 상황을 유지하고 싶어하고, 정부는 건설업계의 이야기만 들으며 업계에 감춰져 있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살펴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채용과정조차 존재하지 않는 건설현장에서 건설업계는 불법다단계 하도급을 행하는 중간업자와의 관계를 그대로 유지하고 싶어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윤을 최대한으로 올려야 하고, 노동조합원의 채용은 최대한으로 줄이거나 없애야 한다. 그렇기에 건설업계는 노동조합을 배제하고 싶고, 정부는 그들의 의견을 그대로 받아 노조를 몰아내려 한다.
이러한 건설현장의 문제점을 없애기 위해 건설노조가 요구했던 것이 지난 정부의 건설산업 혁신방안과 같은 대책들이지만, 현 정부는 이러한 대책을 이어가는 수준조차 제시하지 않고 있다. 그렇기에 건설노조가 윤석열 정부가 발표하는 대책을 두고 단순히 건설노조를 탄압하기 위한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건설노조를 악마화한 윤석열 대통령과 원희룡 장관이 가고자 하는 건설현장의 미래는 대체 무엇인가. 그 끝에는 불법 다단계 하도급이 굳건하고, 산재사망률이 부동의 1위를 차지하는 누구도 가고 싶어하지 않는 '지옥의 건설현장'만이 남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