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오스크
언스플래쉬
두 달에 한 번, 혹은 석 달에 한 번 친정엄마를 모시고 정기적으로 대학병원에 간다. 팔순이 넘어가자, 노인성 질환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다. 그렇다 보니, 친정엄마가 진료받은 곳엔 노인분들이 대부분이었다.
나처럼 자식이 챙기거나 노부부가 서로를 챙기는 모습을 적잖이 볼 수 있었다. 반대로 홀로 병원에 오시는 노인분들도 많았다. 정정하시니까, 아직 걸어 다닐 기력이 있으니까 좋으시겠다고 생각하면서도 가끔 안타까운 장면을 보거나 대하곤 한다.
간호사 말을 이해 못 해 결국 짜증 듣는 할머니, 받아야 할 검사가 많은데 어찌할 바를 몰라 멍하니 간호사만 보는 할아버지, 아예 등록조차 할 줄 몰라 어린 애처럼 당황해하는 모습까지.
그걸 보자면, 자식들은 없나? 왜 혼자 오셨지? 도와줄 누구도 없을까? 짜증 내는 간호사에게 친절하게 대하면 안 되냐고 말하고 싶어도, 그들도 고충이 많으니까, 그저 보기만 할 뿐, 나설 수 없다는 걸 알게 된다.
나날이 발전하는 기술은 병원 로비에 직원보다 로봇 AI을 더 많이 만들었고, 각 진료대기소에 설치된 키오스크가 환자 등록 업무를 처리했다. 전 같으면 간호사를 통해 등록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등록 상관없이 측정했던 혈압도 환자가 기계에 등록해야만 측정할 수 있었다. 수납도 자동화로 바뀌어, 수납 직원은 줄어들고 대신 키오스크가 늘어났다. 경제성과 효율적인 측면에선 당연한 변화였지만, 노인에 대한 배려는 없어 보였다.
병원 찾는 주 고객층을 자세히는 몰라도, 나이가 들수록 병원 다닐 확률이 높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기술적으로 최첨단을 걷는 병원도 좋지만, 노인분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병원은 없을까? 병원 찾은 노인분들이 편리성을 위해 설치한 장비로 불편스러움을 겪는 모습을 볼 때마다 안타까움이 들곤 했다.
나도 병원에 가게 될 텐데
지루한 대기 끝에 친정엄마의 진료 순서가 됐다. 의사와의 진료는 고작해야 5분을 넘지 못했지만, 내가 엄마와 병원에 갈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몰랐다. 적어도 내 엄마는 기계 앞에서 당황하지 않고, 짜증 섞인 간호사의 잔소리를 들을 필요 없도록 내가 다 처리하니까 말이다.
집에 도착하자 친정엄마가 말했다. 고생시켜 미안하다고. 아파서 병원 가는 게 왜 미안한 일일까? 늙어 아픈 게 당연한데, 왜 자식에게 미안해야 할까? 그 말에 혼자 병원 오신 노인분들도 아마 자식에게 미안했기에 혼자 오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나 또한 늙는다. 나도 내 엄마처럼 머지않은 미래에 노인성 질환으로 병원에 갈 확률이 높을 것이다. 그때의 나도 기계 앞에서 당황해하고, 간호사의 잔소리에 속수무책으로 듣고만 있을까? 늙는 것도 서러운데, 최첨단을 걷는 병원이 더 서럽게 만드는 것 아닐까?
대한민국이 늙어간다는 건 이미 다 아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자주 이용하는 병원 시스템도 거기에 맞게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노인을 위한 진정한 배려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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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압 측정기 앞, 당황한 노인들의 눈동자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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