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그림책 강연 모습.
이상자
"늦은 나이에 학교에 다니려면 매일 학교에 출석하기도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방송 통신 중학교는 제때 학교에 다니지 못한 사람들이 일하면서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에요. 이 학교는 한 달에 두 번 수업을 들으러 가면 되고요. 남은 수업은 인터넷으로 수강하면 되거든요. 출석해서 수업을 들으면 한 번밖에 못 듣지만 인터넷으로 수업하니 시간 될 때마다 모르는 것은 몇 번이라도 반복해서 듣고 공부할 수 있어 좋아요."
그 분은 놀라며 말했다.
"그런 곳이 있어요? 내가 공부하고 싶어 아무리 찾아봐도 못 찾겠던데요. 초등학교 행정실에 근무하는 딸에게 알아봐 달라고 해야겠어요."
당진지역에서 제일 가까운 '홍성'에도 방송통신중학교가 있다. 자가용으로 다니면 통학하기 수월하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직통이 없어 불편해 서울로 다닐 것을 권했다.
그로부터 한 달 후, 서울 갔다 돌아오는 고속버스 안에서 '시니어 그림책' 프로그램 수강생 A가 중학교 입학원서를 접수했는지 궁금해 전화했다. 아무리 찾아봐도 그런 학교를 못 찾아서 그냥 있다고 했다. 딸에게 부탁을 안 한 것일까? 부탁했으면 못 찾을 리가 없을 터인데.
마감 하루 남은 학교 한 곳, 마음이 급했다
나는 전화를 끊자마자 인터넷 검색을 했다. 충남에는 방송통신중학교가 천안과 홍성에 있었다. 교통은 서울이 통학하기에 편리해 서울 소재 방송통신중학교를 찾았다. '아현중학교 부설 방송통신중학교' 원서접수는 2일 전 마감이 되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고 전화했더니 원서 마감이 끝났고, 정원도 찼다고 했다. 마음을 졸이며 다시 검색했다. 홍성중학교는 마감이 하루 남았다. 재빨리 홍성중학교에 전화했다. 두 명만 접수하면 정원이 찬다고 했다.
나는 서둘러 도서관 수강생인 A에 전화를 걸었다. 당장 나가서 초등학교 졸업증명서를 발급하고 원서용 사진을 촬영해서 내일 오전에 당진으로 오라고 했다. 원서는 내가 다운로드해서 작성해 주겠으니, 홍성중학교에 직접 가서 접수하라고. 내가 입학하는 것처럼 마음이 급했다.
수강생 A와 통화를 마치고 나니 퍼뜩 성인 문해 학교 졸업한 78세 B 학생이 중학교에 가고 싶다고 말했던 생각이 났다. 혼자서는 엄두를 못 내는 학생이다. A 수강생은 정규학교에서 6년 공부한 졸업생이라 3년에 성인 문해 학교 졸업한 B 학생이 모르는 것을 가르쳐주며 함께 중학교에 다니면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A 수강생이 B 학생을 도와 함께 공부하면 B 학생은 수업을 따라가기에 한층 수월할 터이고, A 수강생은 먼 길을 함께하니 좋을 것이다. 바로 B 학생에게 전화했다.
"중학교에 가고 싶다고 했었죠? 홍성 방송통신중학교 원서 마감이 내일이니까, 서류가 필요해요. 지금이 오후 4시네요. 바로 관공서에 가서 졸업증명서 발급하고, 원서용 사진 촬영해서 내일 당진으로 오세요. 입학원서는 내가 다운로드해서 작성해 줄 테니까요. 그리고 마침 같은 지역에 사는 분도 원서를 넣을 예정이니 함께 다니면 도움 될 거예요. 같이 공부하면 서로에게 의지 되어 좋을 것 같아요."
연세 높은 어르신들이 다니는 성인 문해 학교에서 초졸 졸업 자격이 주어진다 해도, 중학교에 입학하면 6년 동안 공부하고 졸업한 학생들을 따라가기는 벅차다. 3년 동안 주 3회 수업으로 졸업장을 받는 것이어서 일상생활 하는데 불편은 해소되지만 6년 동안 공부한 사람에 비할 수 없다.
어렵게 입학한 학교, 우등상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