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난 모습의 할아버지표정은 화나보이지만 말 속에는 장난기가 가득하다.
김유진
한 험상궂게 생긴 할아버지 한 분이 타코를 굽고 있었는데, 내가 들고 있던 촬영용 카메라를 빤히 쳐다보는 게, 촬영을 하면 안 될 거 같은 분위기였다.
"그 카메라는 뭐야?"
"유튜브를 찍는데, 멕시코의 타코를 한국에 알리려고 하는 거예요."
"그래? 그럼 나 좀 빌려줘, 여기에 보안 카메라로 쓰게"
표정과는 다르게 말의 내용에는 장난기가 넘쳤다. 고심 끝에 주문한 소시지 타코를 한 입 넣어본다. 진한 옥수수 향과 짭조름한 소시지 맛이 입안을 가득 메우는 게 역시 맛있다. 타코를 반쯤 먹을 때였을까.
갑자기 할아버지가 무심한 듯 타코 한 개를 툭 내어준다. 멕시코 사람들이 자주 먹는 타코라고, pastol 타코를 주며 맛보라는 거다.
'공짜 타코'를 내주시면서도 인상은 찌푸리고 있는 할아버지, 그런데 겉보기와 달리 마음은 따뜻하다. 할아버지의 타코는 토르티야의 옥수수맛이 그 어떤 곳보다 강했다. 그리고 고기의 쫄깃함과 특유의 육향이 가득한 곳이었다.
그렇다, 바로 이게 내가 길거리 타코를 고집하는 이유다. 멕시코 사람들의 삶 안으로 들어가는 그런 느낌 말이다.
사실 길거리 타코는 한국의 위생 기준으로 보면 조금 미달이다. 언제 씻었는지 모르겠는 낡은 나무 도마는 이미 이곳 저곳 깊게 파여있고, 얼마나 고기를 잘랐으면 파인 나무 틈 사이에 찢긴 고기들이 박혀 있는 것쯤은 예사다.
날 것 그대로의 멕시코를 만나고 싶을 때
위생 장갑은커녕 생고기를 만졌다가, 채소를 다시 만진 손으로 익은 고기를 자르는 주인장의 손톱에는 고기 때가 박혀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나는 길거리에서 파는 천 원짜리 타코가 제일 맛있다. 꾸미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멕시코 풍경이 좋다.
"양파 좀 더 주세요."
"커피 한 잔 추가할게요."
"고기가 너무 큰데, 좀 더 잘게 잘라줄 수 있나요?"
가격은 1,000원이지만 뭘 요청하든 불만 없이 들어주니, 멕시코 인들 특유의 낙천적 성격을 느낀다. 턱 하니 노상에 앉아 타코를 먹는 멕시코 사람들을 구경하고 길거리 풍경을 하염없이 쳐다보는 게 정말 재미였다.
특히 나는 기본으로 주는 양파 외에 더 추가해서 아삭아삭하게 먹는 걸 너무 좋아한다.
잘 익은 고기와 아삭한 생양파, 정성 들여 만들었을 짭조름한 살사 소스와 고소한 옥수수 토르티야가 입안에서 하나로 뭉쳐지면 그 맛은... 먹어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한편 타코 위에 올라가는 토핑은 돼지고기, 닭고기, 소고기부터 고기의 특수부위까지 다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