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노쿠니학교 운동회, 미션달리기 경기에 참가자를 모집하자 운동장에 있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진행팀의 안내 푯말 앞에 모여든다.
조영경
키노쿠니 학교의 운동회는 학생과 학생의 가족뿐 아니라 지역주민, 졸업생 등이 한데 어우러지는 이색적인 행사였다. 매년 열리던 행사가 코로나19로 인해 취소되었다가 올해 다시 열리게 되자, 운동장 가장자리와 통나무집에 걸터앉아 시작을 기다리던 300여 명의 얼굴에는 기대의 웃음이 만연했다. 질문여행 기간 중 운이 좋게 키노쿠니 학교의 운동회를 경험한 오디세이학교의 학생, 교사들은 운동회를 통한 배움에 감탄했다.
키노쿠니 운동회의 참가자는 미리 정해져 있지 않았다. 경기마다 참가 인원의 제한도 없었다. 사회자가 경기 안내를 간략하게 하고 참가하고 싶은 사람을 모집하면 참석한 사람 대부분이 운동장으로 우르르 쏟아져 나왔고, 관람석은 텅텅 비어 있었다. 운동회 진행팀이 상자를 재활용한 안내 피켓을 들고 서면 너나 할 것 없이 줄을 맞춰 그 앞에 모여 앉았다. 일부의 대표가 참여하고 대부분이 관람하는 일반적인 운동회의 풍경과는 매우 다른 모습이었다. 객이 없는 운동회, 모두가 주인이 되는 운동회에서 소외 없는 세상을 보았다.
승자와 패자가 없는 운동회
운동회 종목으로 달리기, 줄다리기 등의 경기도 있었다. 자연스럽게 승자와 패자를 연상하게 하는 종목이었지만 키노쿠니에서는 누가 승자이고, 누가 패자인지 알 수 없었다. 큰 반바지에 두 사람이 들어가 2인 1조로 음료 마시기. 과자 따먹기와 같은 미션을 수행하는 달리기는 웃음이 가득했다.
스스로 선택한 단거리, 중거리, 장거리달리기에서도 진행팀은 참가한 모두가 결승선을 통과할 수 있게 해주었다. 운동장에서 단거리 달리기가 진행되는 동안 중‧장거리달리기 참가자는 운동장 밖으로 달려 나갔다. 단거리 달리기가 끝나갈 무렵 중거리 달리기 참가자들이 운동장으로 들어왔고, 모두에게 박수와 결승선을 선사했다. 특히 학교 주변 산길을 3km나 달려야 하는 장거리달리기 참가자들은 사회자의 수고했다는 응원과 함께 큰 박수를 받으며 모두가 마라톤 경기 금메달의 모습으로 골인했다.
계주와 줄다리기 경기는 더욱 특별했다. 참가자들이 우르르 나와 대열을 맞춰 앉으면 진행팀은 대충 길이를 보고 팀을 조절했다. 3~4살의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했지만, 공정한 경기를 위한 재배치나 인원수를 맞추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 승패가 중요하지 않았기에 공정함을 따질 필요가 없었다. 결과를 떠나 참여하고 있는 과정의 즐거움을 누리는 모습에서 경쟁에서 이기는 것보다 더 환한 웃음의 얼굴들을 볼 수 있었다.
배려의 실력이 돋보이는 운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