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녹음 장면지하 녹음실에서 신곡 '억장이 무너져' 녹음을 진행하고 있다.
박정하
끝없이 비바람 맞고 살아온 70년 인생. 폭풍이 휘몰아친 후 그저 흐르는 시간에 떠돌다 랩에 눈을 뜨게 된다. 마지막 희망이었다. 자신의 처지를 헤아리는 선생님을 만났다. 마음에 근육이 붙기 시작했고, 전과 달리 생생해졌다. 신나게 랩을 배우던 중 암에 걸렸다. "이것 역시 내가 감당할 몫이구나…"
김찬은 암 수술 후 회복 기간 동안 가사를 써 내려갔다. '이 세상은 쓰고 달고 맵고 짜고 시고 아주 그냥 별난 맛. 단순하게 즐기고 싶어 무거운 짐을 내려놔' 하나 남은 딸에게 남기는 유서로서의 랩.
"중국어로 '니'는 너라는 뜻이잖아요. 김찬은 늘 너를 그리워하고 있다는 뜻을 담아 활동명을 '김찬늘그니'로 정했어요."
그의 스승 정민혁은 랩메이킹에 반전을 주어 김찬이 지닌 삶의 무게를 진솔하면서도 유쾌하게 풀어낼 수 있도록 도왔다. 그렇게 탄생한 곡이 '암에 걸렸어'다. 녹음 당일 김찬이 보인 열정은 모두에게 울림으로 다가왔다.
"보통 현역들도 2시간 동안 쉬지 않고 녹음하면 사실 지치거든요. 근데 아버님께서 첫날 7시간을 녹음하셨어요." - 정민혁, 현역 래퍼이자 김찬의 스승
자신감이 붙자, 끊임없이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힘을 모아 현실의 어려움에서 절망하는 이들을 위로하는 '풍우', 부조리를 꾸짖고,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아가자는 메시지를 담은 '억장이 무너져' 2곡을 연달아 발매했다. 그의 에너지는 도대체 어디로부터 나오는 것일까?
"진심이 에너지를 만들어요. 진심이 없으면 절대 에너지 안 나옵니다."
김찬의 인생을 듣고, 비로소 자명해진 나이 70에 랩을 하는 이유. 맨땅에 헤딩을 할 때에도, 젊음을 바쳐 이룬 사업을 내려놓을 때에도, 랩을 시작할 때에도 용기를 냈다. 삶은 수많은 용기의 집합체.
랩을 향한 도전은 이전의 용기와 다른 무게를 지녔다. 그것은 바로 살고자 하는 '의지'이자 삶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꿈이 있으면 벼랑 끝에서 한 발짝 더 갈 수 있다. 그렇기에 그의 도전이 얼마나 많은 용기를 필요로 했는지 알 수 있다.
"래퍼로서 어떤 꿈을 가지고 계세요?" 김찬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는 웃으며, "중국 무대 위에서 중국어로 랩하는 순간을 상상한다"는 대답을 내놨다. 꿈은 그런 거다. 꿈은 나이를 불문하고 모두를 청춘으로 만든다. 김찬은 오늘도 열렬히 랩을 한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인생이라 할지라도, 언젠가 꿈을 이룰 거라는 희망을 놓지 않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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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를 파악하기 보다 의지를 헤아리는 사람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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