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태원참사 1주기 다큐멘터리 <별은 알고있다> 첫 특별시사회가 열리고 있다.
조혜지
다큐 속 1년간 유가족들의 옷은 계절마다 바뀌었다. 유가족과 시민의 연대로 이태원 녹사평역 시민분향소에 이어 서울시청 앞 분향소를 세울 땐 두꺼운 패딩점퍼에 빨간 목도리 차림이었다.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해 국회를 향해 뙤약볕 한강 대교 위를 건널 땐 보라색 반소매 차림이었고, 장대비가 쏟아진 날 삼보일배를 할 땐 우비에 몸자보를 덧대 입고 있었다. 옷은 달랐지만 몸자보나 손팻말에는 '진상규명' 네 글자가 늘 적혀 있었다.
다큐는 유가족들의 모습과 함께 경찰 특조위 수사, 국회 국정조사 등 미완에 그친 국가기관의 진상규명 과정을 함께 비췄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박희영 용산구청장,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등 안전관리 책임자들의 얼굴과 해명이 이따금 등장했다. 그러나 구급일지에 기록된 구조 상황부터 사망 원인까지, 참사 1년이 지나도록 알 수 없는 가족의 마지막 순간은 고스란히 의혹으로 남았다.
한 희생자의 어머니는 "그 공간에 가 봤는데도 그때의 고통, 공포, 그 고독, 혼자 생을 마감하는 그 마지막 순간을 공감하지 못해 제 스스로에게 화가 났다"라면서 "그래서 우리가 마지막 모습을 (직접)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한 희생자의 언니는 "어떤 걸 물어도 대답을 하지 않는다"라면서 "몇시에 어디서 사망했는지 알려달라고 해도 그 종이 한 장만으로는 파악되지 않는 게 너무 많다"고 했다. 객석에선 영상 속에서 고인이 된 가족들의 사연과 인터뷰가 이어질 때마다 흐느낌이 이어졌다.
"채림아, '내가 대통령 사과는 받아줄게' 했어요. 근데 그게 무엇보다도 더 힘든 느낌이에요. (고 송채림씨 아버지 송진영씨)"
"(아들 방문을) 닫아놓고 한 번도 못 열어봤어요. 문 닫으며 내가 약속했어. 엄마가 뭔가를 해야지만 열 수 있을 것 같은... 국회에서 특별법이 통과되면 그때 활짝 열고, 깨끗이 청소도하고 아이 물건도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아요.(고 이남훈씨 어머니 박영수씨)"
지난 4월 시민들의 국민청원으로 열흘 만에 특별법안 발의에 성공한 뒤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후 지금까지, 다큐 속 유가족들은 내내 같은 목소리를 냈다. 1년을 지나며 일부 정치권과 특정 단체들의 혐오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가족들을 뭉치게 한 힘은 함께 나누는 위로와 "다음 세대는 이런 고통을 겪지 않고 살도록" 하겠다는 공감대였다. 유가족들의 아픔과 진상규명에 공감하는 시민들의 모습은 힘이 됐다.
"우리 엄마들한테 분향소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항아리에요. 만나서 서로 힘든 것 이야기하고. 잠 못잘 땐 왜 못자는지, 트라우마 치료하면서 약은 어떻게 먹고, 또 어떻게 이야기하는지 나누는 엄마들의 공간."
"밥도 못 먹고... 그랬는데 유가족들 만나서 밥이란 걸, 처음으로 한 공기를 비웠잖아. 맛있었던 건 아니에요. 그런데 다 먹어야 한다고, 서로 챙겨주고. 그 말 한 마디가 너무나 위안이 되더라고."
유가족, 음악감독 참여...권오연 감독 "아무 변화 없는 사회에 공감 전해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