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골목에서 직접 만든 두부와 직접 기른 콩나물을 파는 할머님이 계시다.
박진희
두부는 한 판에 12모가 나온다는데, 시판되는 모두부보다도 훨씬 더 두툼하고 크기가 크다. 가격은 한 모에 2000원이다. 콩나물 공장에는 우리 콩으로 만든 두부도 보인다. 한 판에 15모가 나온다는데 한 모에 1500원이다. 우리 콩 두부는 한 번도 사 본 적은 없다.
제사를 지낸다고 플라스틱 통을 들고 와서 두부 다섯 모를 사가는 손님을 보긴 봤지만, 이른 아침에는 주로 한 모나 두 모를 사가는 가정주부들이 고객이다. 아침상에 올릴 반찬 재료로 갓 만들어진 따끈한 두부를 사러 오기 때문이리라. 콩나물 공장에는 아침나절까지도 손님들이 드나든다.
그런가 하면 멀리서 콩나물과 두부를 사려고 차까지 끌고 오는 이들도 부지기수다. 변변한 간판 하나 걸려 있지 않아도 용케들 알고 찾아온다.
치솟는 물가보다 아쉬운 건, 사람들 사이 사라지는 정(情)
콩나물 공장 근처에서 영업하는 식당들도 싸고 맛 좋은 이 집 두부를 많이들 쓴다. 단골 식당에는 할머님께서 직접 배달 서비스를 해주기도 하는가 보다. 종종 길거리에서 두부판이 올라간 밀차를 끌고 다니시는 할머님을 뵙곤 하니 말이다.
아득한 옛날이야기가 되어 버렸지만, 이 곳 두부집에 오면 할머니께서 살아 계셨을 때 집에서 두부를 만들어 먹던 추억이 되살아난다.
어릴 적 집에 큰 행사를 앞둔 날이면 잘 불린 콩을 맷돌에 갈아 콩물을 내리고, 큰 솥에 그걸 붓고 끓이다 몽글몽글 하얀 응어리가 올라오면 한 바가지씩 퍼서 틀에 부어 눌러 준다. 모양이 대충 잡히면 숭덩숭덩 자른 따끈한 두부를 앞다투어 먹었다. 그 두부가 아무 양념 없이 먹어도 얼마나 맛있었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