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에서 일회용 종이컵 사용 금지 안 한다정부가 식당에서 일회용 종이컵 사용을 금지하지 않기로 했다. 카페에서 플라스틱 빨대, 편의점에서 비닐봉지 사용도 한동안 단속하지 않는다. 고물가와 고금리 상황에서 소상공인 부담을 고려했다고 정부는 설명했지만, 시대적 과제이자 국정과제인 '일회용품 사용량 감축' 정책이 후퇴했다는 비판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7일 낮 서울 을지로의 한 식당에 비치된 종이컵. 2
연합뉴스
11월 8일, 불과 하루 전만 해도 카페에서 쉽게 보기 어려웠던 장면을 목격했다. 테이블 위에 떡하니 올려진 '일회용 종이컵'이 그것이다. 환경부의 일회용품 규제 완화 발표 하루 만에, 우리는 '일회용 사회'로 회귀했다.
일회용품 규제 역사에 대해 이야기 하기 전에, 이번 환경부 발표 중 사실과 다른 내용을 지적하고 싶다. 지난 7일 환경부 차관은 일회용 종이컵 규제 관련 "종이컵을 규제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합니다. 해외 각국은 플라스틱을 중심으로 일회용품을 줄여나가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공식 보도자료에도 같은 내용을 실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독일과 프랑스에서는 재질과 관계없이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을 금지하고 있고, 네덜란드도 2024년 1월부터 실내에서 모든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이 금지된다. 이 플라스틱 컵에는 종이로 코팅된 것도 포함된다.
종이컵 규제 제외, 후퇴하는 환경정책
우리나라 일회용품 규제는 2003년에 처음 도입됐다. 식품접객업소에서 일회용컵 사용을 금지했는데 여기에는 플라스틱컵과 종이컵이 모두 해당되었다. 그러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임기 시작 4개월 만에 종이컵은 규제품목에서 제외되었다. 종이컵 규제 완화가 이명박 대통력의 공약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어떻게 되었을까? 쉽게 예상할 수 있듯 종이컵 사용량이 급증했다. 5년 새 일회용컵 사용량이 4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규제완화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2018년 쓰레기 대란 이후 환경부는 ▲일회용품 줄이기 로드맵 ▲자원순환대전환 대책 ▲탄소중립 이행계획 ▲K-순환경제 정책 등을 발표하며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한 정책을 단계적으로 준비, 시행하고 있었다.
이런 와중에 환경부가 최근 식품접객업의 매장 내 종이컵 사용을 규제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그러면서 종이컵 대신 다회용컵을 사용하도록 지속적으로 '권장'하고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일회용품에 대한 사용 제한 없이는 다회용품으로의 전환은 사실상 어렵다. 현재 우리 사회에선 일회용품보다 다회용품을 사용할 때 더 번거롭고 더 많은 비용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일회용 종이컵을 다회용컵으로 전환하려면, 일회용 종이컵이 더 비싸거나 사용하기 불편해야 한다. 그런 제약 없이 다회용컵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안일하단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연간 사용되는 종이컵만 248억 개임에도 규제를 안 하겠다니, 이는 환경부의 직무유기다. 일회용품 규제의 핵심은 '플라스틱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한 번 사용하고 버려지느냐, 아니냐'이다.
설득력 찾아보기 어려운 환경부의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