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강희시인과의 만남-예스트서점11.17(금)첫눈 내리는 날, 동심처럼 맑은 시인을 만난 독자들
박향숙
전북 완주출생, 198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 '어머니의 겨울'이 당선되어 등단했다는 그는 시집 <불태운 시집>, <오리막>, <고백이 참 희망적이네>와 동시집 <오리 발에 불났다>, <지렁이 일기 예보>, <뒤로 가는 개미>, <손바닥 동시>, <달팽이가 느린 이유> 등을 펴냈다.
어린이와 같은 동심의 마음으로 시를 쓰는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손바닥동시'라는 용어를 대중들에게 들려준 유 시인은 누구든지 자신의 손바닥에 쓸 수 있는 쉽고 재밌는 시의 세계를 알려준다. <손바닥동시>(창비, 2018)에 나오는 모든 시가 3줄로 된 짧은 시구이며 마치 어린이들이 쓴 것 같은 참신함과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시들이다.
<첫눈>의 구절 – 너랑 있을 때 / 처음 맞는 눈, / 그 밖엔 모두 흰 눈
<의자>의 구절 – 맨바닥에 앉는 / 그늘이 안쓰러워 / 나무 아래 둔다
<겨울 보름달>의 구절 – 까만 양말에 / 똥그란 구멍 / 꿰매 주고 싶은
말랭이마을 잔치로 매월 1회 책방체험 활동으로 어린이들과 '시화캔버스작품만들기'를 하는데, 유 시인의 <손바닥 동시> 책은 작품으로 쓰여지는 동시 1위 책이다. 아이들 눈에 가장 쉽고 재밌게 읽혀지는 시 임에 틀림없고, 더불어 학부모들이 자녀들의 동시 짓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으로 강추한다.
이번 '시인과의 만남'에서 들려준 이야기는 동시 이외에 유시인의 첫 번째 산문집 <옥님아 옥님아>(걷는사람, 2023.10)에 대한 말로 시작했다. 그의 어머니, 최옥임 여사(87)에 대한 이야기를 쓴 글로, 작가생활 40여년 만에 처음으로 '엄마' 이야기를 썼다며, 그의 말끝에 눈물이 맺히고 급기야 청중들의 코끝을 시리게 했다.
"얼마 전 결국 어머니를 요양원에 모셨지요. 아무리 가까운 곳이라 해도 직접 모시지 못하고 어머니를 두고 오는 저의 죄의식.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이 산문집은 10여년 전부터 어머님의 기억이 총총하실 때 들었던 이야기를 메모 형식으로 간직하다가, 작년부터 어머니의 삶에 변화가 생기는 것을 보고 마음이 급해졌어요. 올봄에 책을 출간하기로 맘을 먹고 어머님 계실 때 꼭 안겨드리고 싶어서 마무리를 했습니다."
책의 부제로 '어머니 손바닥에 제 손을 대어 봅니다'가 보인다. 한 장을 넘기면 또 다른 부제처럼 손바닥 그림과 함께 글이 나온다. "어머니 최옥임 님의 손바닥에 제 손을 대어 봅니다" 글 아래 마디가 굽은 작은 손 등 그림, 바로 유 시인 어머니의 실제 왼손 윤곽이다. 아마도 책을 접한 독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이 손 윤곽에 자기의 손을 대 보았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