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당 용혜인 상임대표, 열린민주당 김상균 대표, 사회민주당 한창민 창당준비위원장이 11월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혁연합신당 추진 합의문을 발표하고 있다.
유성호
용 의원은 녹색전환과 혁신국가, 국민통합이란 기치 아래 "예를 들면 개혁과제 30개를 구체적으로 국민들 앞에 보여드리는 연합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문제는 선거제도다. 총 의석 수와 정당 득표율을 연동시켜 거대 양당 쏠림 현상을 억제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아니라면 기본소득당이든 개혁연합신당이든 국회 진입이 쉽지 않다. 다만 그는 "소수정당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의 뜻을 그대로 반영하기 위해서 연동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3지대 깃발 꽂으면 끝 아냐... '개혁'으로 채울 것"
▲ ‘개혁연합신당’ 추진하는 용혜인 “민주개혁 진영 승리 견인하겠다” ⓒ 유성호
- 11월 24일 기자회견에서 "지역구 출마를 고민했고 어느 정도 자신 있었다"면서도 "길을 크게 여는 것이 더 중요한 역할"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역 기반을 만드는 것 또한 세력화의 한 방법 아닌가.
"소수정당에게 '한 석'이 얼마나 큰 의미 있는 자리인지, 그 무게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많이 고민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제가 재선에만 집중하는 것은 오히려 쉬운 길이고, 국민의 응원과 반대로 가는 길 아닐까 싶더라.
민주당이 고립되고 진보정당이 약해지는 상황에서 무당층의 정치 불신과 환멸이 가장 커진 시기다. 자칫 제3지대를 선거공학적 세력과 이준석 신당에게 고스란히 내어주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고, 그 결과 보수정권은 확장하고 개혁정치는 좌절될 수 있다. 내년 총선을 3자 구도가 아니라 4자 구도로 만들고, 누군가가 제3지대에 가서 깃발을 꽂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제3지대를 개혁적 내용으로 채워내는 것이 소명이라 판단했다. 결코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 출마 지역은 광주가 유력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수도권 한두 곳, 호남 1곳 정도 고민했고 지역에서나 외부에서나 특정한 지역에 출마하는 게 어떠냐는 요청과 제안도 있었다."
- 민주당과 지지층이 겹치는데, 혹시 지역구에 나가면 표가 분산될 수 있다고 봤나.
"지역구를 검토할 때는 그런 고민도 있었다. '민주진보진영의 승리가 필요한 선거에서 민주진보진영 모두가 패배하는 결과를 만들어내면 곤란하다'는. 개혁연합신당이 성공하는 길에 (지역구 출마가) 필요하면 하겠다고 말씀드렸는데, 어쨌든 지금은 고민하지 않는다."
- 최종적으로 기본소득당의 총선전략은 '개혁연합신당'이 됐다. '묻지마 반윤연대'만으로는 안 된다며 '녹색전환, 혁신국가, 국민통합'이란 연합의 기준을 제시했는데 기존 진보정치 노선과 큰 차이를 모르겠다.
"그렇지 않다. 추상적인 가치를 중심으로 한 연대·연합, 인물 중심 연대·연합도 수없이 봤다. 그런 연대·연합은 국민들에게 새로움과 감동을 줄 수 없다. 최근 이준석 전 대표가 노동을 말하고, 노회찬 의원을 호명하면서 인권과 민주주의를 얘기한다. 기존의 노동 중심 연대·연합이 그와 함께 할 수 있을까? 없다. 추상적 가치 중심의 연합이 가진 한계다. 저는 예를 들면 개혁과제 30개를 구체적으로 국민들 앞에 보여드리는 연합을 하고 싶다. '22대 총선에서 개혁연합신당이 승리하면 저 30개의 과제가 논의되겠구나'라는 걸 분명하게 보여드리고 싶다."
- 정의당 '세번째권력'은 11월 27일 토론회에서 '이준석과는 함께 해도 용혜인과는 못한다'고 했다.
"기본소득당이 제안하는 방향에 동의하지 못하면 그럴 수 있다. 생각이 다르면 같이 하기 어려우니까. 그런데 그 뒤에 '이준석 신당과 감정적으로도 가깝다'는 표현이 붙었다. 정치를 감정으로 하는 건 굉장히 위험한 일이다. 그리고 '새로운 정치가 필요하다'던 사람들이 친소관계에 의해서 정치를 하는 건, 그들이 비판해온 구태의 모습을 반복하는 일이다.
또 이준석식의 소수자 공격, 이를 통해서 정치적 입지를 확보하는 것을 비판했던 류호정·장혜영 의원이 어떻게 그와 감정적으로 가까울 수 있는지도 굉장히 의문이다. 현재의 제3지대 논의가 가진 한계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인터뷰 뒤인 11월 30일 장혜영 의원은 세번째권력에서 탈퇴 - 기자 주)."
"'제2의 위성정당'은 프레임 씌우기... '양당 나빠' 의미없다"
- '반윤석열' 전선에서 민주진보정당들이 이준석 신당에 '지분'을 뺏길 수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모두가 '반윤석열'을 할 때, '윤석열 다음'을 무엇으로 채울 거냐에 대한 답을 내놓지 못해서 차별성이 없다. 그러다보니 내부에서 윤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으로 보이는 이준석 전 대표가 더 새롭게 보이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그도 '반윤석열 다음'을 보여주지 못했다. '윤석열 다음'의 내용을 채워나가는 게 우리의 과제다."
- 지지층 가운데는 '차라리 민주당에 입당하라'는 이들도 있지 않나.
"어떻게 보면 저 개인에게는 민주당과 합당하거나 민주당에 들어가서 열심히 하는 게 손쉬운 선택이다. 다만 지금 한국 정치에 필요한 게 과연 그런 거냐고 묻는다면, 저는 민주당을 견인해내고 대한민국이 더 개혁적으로 갈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더 중요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 개혁연합신당이 안착하려면 민주당과 어떻게 관계를 설정하냐도 중요하다. 자칫 더불어시민당과 비슷하다면 '제2의 위성정당'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텐데.
"전형적인 프레임 씌우기다. 민주당이 만든 게 아닌데 어떻게 위성정당인가. 그리고 위성정당과 정반대다. 위성정당은 모정당의 주변을 뱅글뱅글 돌지만, 개혁연합신당은 민주당과 민주진영을 더 개혁적으로 견인해내겠다. 또 민주개혁진영의 승리, 진보적 정권교체를 위해선 민주당의 역할이 중요하다. '양당 모두 나빠'처럼 손쉬운 양비론을 내세워서 독자적인 포지셔닝을 하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다. 민주당과 필요한 부분에서 연대와 연합을 구축해나가는 과정을 거절할 필요도 없다."
- 우원식 의원은 지난 11월 20일 토론회에서 '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연합정당' 식의 역할분담을 제안했다. 비슷한 관계 설정을 생각하는가.
"구체적으로 저희가 지역구를 민주당에 몰아주는 것을 고민하거나, (신당을 위해) 교감하는 단위들과 논의한 적은 없고. 연대와 연합은 지역구와 비례 양쪽에서 다 있을 수도 있다."
- 개혁연합신당에서도 지역구 출마자가 있을 수 있다는 뜻인가.
"그렇다. 논의 과정에서 조율할 문제다. 현 단계에서 지역구는 어느 정당, 비례는 어느 정당 이렇게 가져갈 문제가 아니다. 우원식 의원 이야기도 '지역구는 무조건 민주당'이 아니라 연동형 비례제를 지키고, 그걸 설득해 나가기 위한 과정에서 말한 예시로 이해하고 있다."
- 실제로 투표용지에서 앞쪽 번호를 받으려면 현역 의원이 많아야 하기 때문에 더불어시민당이 만들어질 때도 민주당의 '의원 꿔주기'가 있었다. 내년 총선에선 없다고 보면 될까.
"그런 건 저희는 생각도 못해봤는데(웃음)."
- 민주당과의 연대 속에서 소수정당들이 비례대표로 원내에 입성하는 것은 진보세력의 오랜 '성공공식'이었다. 하지만 2020년 위성정당 등장으로 어렵사리 도입한 연동형 비례제의 취지가 무색해지면서 기본소득당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진보세력 안에 존재한다. 이들도 함께 할 수 있나.
"그들이 기본소득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논할 건 아닌 것 같고. '선거공학적 세력과 연대하지 않는다. 보수정권 재창출로 귀결될 연대는 하지 않는다. 분명한 개혁과제를 제시하는 연합이어야 한다. 그리고 기본소득당이 제안한 녹색전환과 혁신국가, 국민통합에 동의한다.' 이런 세력이라면 누구든지 논의하고, 연대·연합할 수 있다. 다만 말씀한 분들이 그런 세력인지는 봐야겠다."
"병립형이면 과반? 민주당, '비전'으로 국민 설득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