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조한 가훈볼 때마다 "그래.. 뭐 어떤가..."하는 생각을 한다.
남희한
"So what?" 많은 의미를 담은 간단명료한 두 단어. 급히 결정된 문구는 평소 지향하던 바를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후회 없이 살기 위해선 마음에 들지 않는 지금의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우선이니까.
"이번 시험 망쳤네!" - "So What?(그래서 뭐?) 다음에 잘 보면 되지!"
"넌 키가 작잖아!" - "So what?(그래서 뭐?) 농구 선수가 꿈도 아닌데."
"또 잘 안됐네." - "So what?(그래서 뭐?) 다시 하면 되지!"
바꿀 수 없는 상황과 이미 지나간 일에 대한 이만한 마음가짐이라면 적어도 후회에 발이 묶여 좌절하는 일은 적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그렇게 가훈으로 정하고 아내와 아이들에게 복명복창을 종용했다.
"자, 모두 따라 하세요~ So what?"
"So what?" (떼창)
"느낌을 제대로 실어서 다시! So~~ what?"
"So~~ what?" (떼창)
"그래서 뭐?"
"그래서 뭐?" (떼창)
"이건 어깨를 으쓱하면서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하면 좋아요! 그래서 뭐?"
"그래서 뭐?"(짝다리를 짚고 어깨를 으쓱하며 떼창)
"....... 어... 짝다리는 빼고 할게요."
수차례 반복한 후 "So What?"의 의미와 이것이 왜 가훈이 되었는지, 어떤 상황에서 이 가훈을 떠올려야 하는지를 세세히 알려 주었다.
참 좋은 태도이긴 한데, 이건 잘 갖다대야 하기에 설명에 공을 들였다. "그래서 뭐? 담배 좀 핀다고 죽나?", "그래서 뭐? 사과했으면 된 거 아냐?", "그래서 뭐? 이제 내 알바 아닌데?" 이런 데 사용하면 심히 곤란하니까.
자신이 의도하지 않은 상황에 지나치게 매몰되지 않기 위한 자구책이 되어야지, 자기기만을 통한 합리화가 되어서는 안 된다. '소 왓'은 조금은 스윗한 데 쓰는 것이 남이 보기에도 자신이 느끼기에도 근사할 테다.
반복하다 보니, 억양이 과하게 도전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있어 물음표를 떼고 구두점을 찍기로 했다. "So what." 되뇔수록 마음이 편해지는 말이다. 지나치게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며칠 후, 붓글씨 체험에서 영어로 가훈을 적은 유일한 가정이 되었다.
뭐가 될지 알 수 없는 떫은 감을 생각하며
가훈의 효과는 체험이 끝나기 전 고무신 멀리 차기 게임에서부터 나타났다. 연령대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대결을 했는데, 막내를 제외하고 모두가 탈락했다. 상품이 있었고 아이들은 비장했지만, 평소와 다르게 탈락했다고 의기소침하는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아, 끝났구나' 하는 표정으로 아이들은 베실베실 웃고 있었고 약간의 아쉬움을 표출하며 경기장을 빠져나왔다. 아이들의 표정에서 읽히는 "So What."의 기운에 안도감을 느꼈다.
실패에 대한 내성이 필요하다. 살다보면 잘 안 되는 것투성이다. 새롭게 시작하는 일은 대부분 실패로 시작된다. 이런 현실에서 실패로 인한 타격감을 줄이는 것은 '다음'과 '다시'를 만드는 일이다. 그리고 끝내 해내는 밑거름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