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조광현
교육언론창
2024학년도 1500여 명의 교원 정원이 줄어들 상황인 서울시교육청이 50억 원을 써가며 제대로 검증도 안 된 영어 로봇을 도입할 예정이어서 "이해 못 할 정책"이란 지적이 교육계에서 나오고 있다.
로봇 한 대당 3000만 원... 완성품도 없는 듯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 29일 '서울 영어공교육 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기업과 협업하여 '영어튜터로봇'을 시범 도입하고 영어 교사가 로봇을 활용하여 새로운 수업과 평가를 시도하게 된다"면서 "시범 도입의 결과를 바탕으로 2024년 하반기에는 희망학교에 '영어튜터로봇'을 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서울시교육청은 50억 원의 예산을 이미 잡아놓았다. 내년 3월부터 초중학교 5개교를 대상으로 영어로봇을 먼저 투입한 뒤, 하반기엔 수요조사를 거쳐 로봇을 확대 배치하겠다는 것이다.
하반기 대상 학교는 160여 개교이며, 로봇 한 대당 운영비용으로 3000만 원 정도를 책정해 놓았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로봇 투입을 밀어붙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긴 했다.
문제는 서울시교육청이 로봇 활용에 대한 기초적인 사례 수집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정황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담당 부서 관계자는 교육언론[창]에 "외국의 경우, 직접 전화를 해보지는 않았지만 나라별로 조금씩 로봇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은 있는 것 같다"면서 '사교육업체 등 민간기업에서 영어 로봇을 활용한 사례를 알아봤느냐'는 물음에 "저희가 그걸 모르겠다"고 말했다. "개별학원이 어떻게 로봇을 쓰는지 우리가 알 수는 없는 것"이라고도 했다.
'그럼 현재 학교에 투입하려는 영어 로봇이란 게 존재하는 것이냐'는 물음에 대해 "지금 민간기업과 조율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그런 뒤 영어 교육적으로 효과가 있는지 학교에 시범 도입을 해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완성품도 존재하지 않는 영어 로봇을 50억 원을 들여 학교에 투입하겠다는 얘기인 셈이다.
'로봇을 조율하고 있는 그 민간기업이란 곳이 사교육업체냐?'는 물음에 대해 이 관계자는 "명확하게 말하지 못하겠다. 확실해지면 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교육청이 내놓은 14페이지 분량의 '서울 영어공교육 강화 방안' 문서를 보면 '로봇'이란 단어가 5번, '에듀테크'는 22번, 'AI'는 23번이 나온다. 세 단어가 한 페이지마다 평균 4개나 될 정도로 '에듀테크' 등의 유행어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