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16일 오전 제주도 수학여행길에 오른 안산 단원고 학생을 비롯한 459명을 태운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20km 해상에서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해양경찰청이 공개한 구조작업 모습
해양경찰청 제공
맨 먼저 법원도 인정하고 있듯이 당시 해경의 구조 활동은 완벽한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일반인이 보기에는, '완벽한 것이 아닌' 정도가 아니라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미흡한' 것이었다. 이에 대해서는 적어도 다음의 두 가지 사항을 살펴보아야 한다.
우선 재난에 대한 신고가 경찰에 최초로 접수된 당일 9시경부터 세월호가 완전히 침몰했다고 (사후에) 판단된 9시 50분까지 해경과 세월호 사이에 교신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못했다. 관련 법령이나 재난 대응 매뉴얼을 들이밀지 않더라도, 급박한 재난 상황이 벌어졌을 때는 도대체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지 현장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은 상식에 속하는 사항일 것이다. 나아가 이 같은 상황 파악의 부족에 해경 각 단위 – 중앙, 광역, 지역 – 의 구조 상황실과 현장에 출동한 구조 세력들 사이의 원활하지 못했던 통신이 더해져 지휘부로 하여금 전체적인 상황의 급박성을 인식하지 못하게 하였다.*
*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당시 맨 먼저 현장에 도착했던 511 헬기의 보고나 세월호 여객부 직원의 신고, 나아가 진도 VTS의 교신 내용 그리고 123정의 보고 내용 등에 의해 해경 지휘부가 상황의 급박성을 인식할 수 있었다는 주장도 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세월호에 대한 몇 차례 교신의 시도가 있었고 또 이 같은 교신의 미흡이 사건의 결과를 뒤바꿀 정도로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으며, 지휘부로서는 다른 구조자가 충분한 교신 노력을 다하지 않았음을 예상하여 조치할 의무는 없다'는 등의 이유로 피고인들의 과실을 부정한다. 뿐만 아니라 이에 더해 앞으로 '효율적인 교신을 위한 기술적 수단과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기까지 한다.
그런데 급박한 재난 상황에서 신속하게 인명을 구조하는 것이 경찰의 중요한 임무라면, 평소에 이를 위한 효율적인 통신체계는 당연히 갖추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경찰에게 주어진 50분 동안 교신의 미흡으로 끝내 마지막까지 지휘부가 현장 상황을 정확히 알지 못했다면, 이것은 대체 누구의 책임인가?
현장 상황 몰랐다면, 지휘부 책임은 없는 걸까?
비슷한 의문은 해경의 구조 조치, 즉 끝까지 퇴선 명령이 내려지지 않은 사실에 대해서도 일어난다.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해경인 123정 정장 김경일에 대한 앞선 재판에서 법원은 당시 상황에서는 즉각적인 퇴선 조치만이 유효적절한 것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이러한 판단을 하지 못한 것은 업무상 과실에 해당한다고 하였다. 그런데 왜 같은 책임이 지휘부에는 인정되지 않는 것일까? 그 이유는, 위에서 본대로 이들이 현장의 상황을 정확히 몰랐기 때문이다.
침몰하는 선박과 교신을 하지 않았고 또 일종의 거짓 보고 – 구조 도중 김경일은 '승조원을 승선시켜서 퇴선을 유도하겠다'고 보고하였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지 않았다 – 를 하였다는 점에서, 현장에 있던 123정 정장의 책임은 매우 크다.
그러나 이 말만을 믿고 구체적인 현장 상황을 확인하지 못한 채 결국 마지막까지 퇴선 명령을 내리지 못한 지휘부의 책임은 없는 것일까? 위의 통신 문제와 비슷하게 법원은 '구조 세력들이 현장에서 구조 업무를 능숙하게 처리하지 못한 데에는 평소 해경에서 대형 선박의 조난 사고에 대비한 교육 훈련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침몰하는 선박에 진입하여 승객들의 퇴선을 유도해 본 경험이 없었으며 이에 필요한 구조 장비도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점 등이 원인이 되었다'고 지적한다. '대형인명사고에 대비한 물적‧인적 역량이 부족하고 체계가 제대로 정비되어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구조 역량의 부족과 지휘 시스템의 미비에 대해서는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것인가?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에도 반복되는 대형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