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동아시아미래재단 상임고문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선거제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남소연
4일 국회 소통관 1층 현관, 백발이 성성한 그가 나타나자 여기저기서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기자회견장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기자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손학규 동아시아미래재단 상임고문이었다. 올해로 희수(喜寿, 한국 나이 77세)를 맞이한 그의 머리는 하얗게 세어 있었다. 하지만 기자회견부터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주고받은 약 30여분간 손 고문은 꼿꼿했고, 목소리는 점점 높아졌다.
"요새 편안히 쉬고 있는데 나라 걱정이 자꾸 심해져서 '좀 걱정하지 말고 살게 해주십쇼' 정치판에 호소하려고 나왔다."
손 고문은 2018년 12월 당시 이정미 정의당 대표와 함께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며 10일간 단식에 돌입,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동의를 끌어냈다. 그는 "그 뒤 준연동형(정당득표율 절반만 반영)으로, 캡(비례대표 47석 중 30석에만 도입)을 씌우고, 또 위성비례정당이 만들어지고 아주 누더기가 됐어도 '연동형'이라는 이름은 건졌다. 앞으로 발전시키면 되겠지 기대를 가졌다"며 "그런데 지금 와서 양당이 다시 병립형으로 회귀한다더라"고 짚었다.
손 고문은 "지난달 30일에는 민주당에서 위성정당 방지법 당론 채택을 무산시키고, 거기에다가 이재명 대표는 '멋진 패배해서 무슨 소용 있나'(라고 발언했다)"라며 "이래선 안 된다는 심정을 호소하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 위기, 저출산 등 한국 사회가 당면한 문제들을 헤아리며 "대결의 정치가 아니라 합의의 정치, 통합의 정치로 복원하자. 그 기초를 쌓는 것이 다당제, 그 초석을 다지는 것이 연동형"이라고 강조했다.
손 고문은 '전직 민주당 대표'이기도 하다. 그는 당을 향해 연동형 비례제와 위성정당 방지법이 "이재명 후보의 대통령 (선거)공약, 대표공약이었던 만큼 제대로 약속을 지키는 민주당이 되어달라"고 당부했다. "양당 국회의원들이, 특히 민주당 의원과 대표가 선거제도에 대해서 나라를 위해서 결단을 해야 된다"라며 "민주당은 탄핵은 과반으로 하면서 왜 이건(위성정당 방지법) 과반으로 못하나"라고 일갈했다.
"이래선 안 돼... 민주당이 어떤 정당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