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명례리 팽나무
박정기
최근 해당 팽나무를 살펴본 최송현 교수는 "보호수는 지정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관리가 뒤따라야 하는데 명례성지는 그럴만한 위치에 있다고 본다. 보호수로 지정하여 지속가능한 보존과 함께 등급을 높이는 것도 좋다"라고 밝혔다.
최 교수는 "사람들은 노거수를 찾아가서 문화를 만들어 낸다. 부여 성흥산성 사랑나무(느티나무)가 좋은 예이다. 이곳은 성당이니까 팽나무 형태 등에 스토리텔링을 입힌다면 종교적 의미를 넘어 문화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제시했다.
김재은 나무의사(한국나무의사협회)는 "명례리 팽나무는 종 고유의 서식지 환경을 잘 보여주는 곳에 출현하여 보호수 기준을 충족시키는 제원을 갖추고 있음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할 것이나, 팽나무는 우리 지역에 많이 분포하고 보호수 개체 또한 많기 때문에 신규 지정 시 더욱 촘촘한 잣대로 살펴 보아야할 것 인 바, 이런 사정을 감안하여도 비교 우위에 있다"라고 했다.
옛 명례 나루터와 명례성지라는 장소성이 뚜렷해 인문학적 가치도 높다는 것이다. 김 나무의사는 "팽나무 수관에 고사지가 발견되고 잎에는 병해충이 전반(轉般)되었지만 피해는 비교적 경미하며, 보호수 지정을 계기로 서식지가 가지는 불리한 생육환경 보완과 함께 전문가에 의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구미 숲해설가(경남숲교육협회)는 "성당의 나무 하면, 명례성당 팽나무이다. 물론 아산 공세리성당 팽나무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명례성당하면 소금장수 신석복 마르코가 떠오른다"라며 "그래서 '명례성지'라는 거룩한 땅 이름을 가졌다"라고 했다.
이어 "명례성지에 가면 한옥성당이 있고 노출콘크리트성당이 있으며, 성인의 숨결이 스며있는 흔적을 본다. 순례자를 맞아주는 팽나무가 있다. 낙동강, 대산평야, 하남평야를 아우르며 등대처럼 솟아 있는 팽나무는 성인의 화신인가 싶을 정도다. 독뫼산에 뿌리내린 꼿꼿한 그 강단은 경이로움이 아닌 경외로움으로 다가온다"라고 덧붙였다.
김 숲해설가는 "노거수는 사람과의 관계 혹은 '스토리텔링'이라는 인문환경을 크게 본다는데 이렇게 풍부한 역사·문화를 품은 나무가 또 있을까"라며 "크고, 아름답고, 오래된 명례성당 팽나무가 아직 보호수가 아니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이제 오랜 겸손을 벗고 기억을 담보하는, 그래서 세세손손 빛과 소금이 되기를 소망한다"라고 했다.
명례성당 측은 보고서를 토대로 밀양시 등 관계 기관에 보호수 지정을 신청할 예정이다.
명례성당은 1897년 순교자 신석복 마르코(1828~1866)의 출생지 바로 옆이 있고,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성당으로 경남에서 가장 일찍 설립된 천주교회 본당이며, 2022년 2월 경상남도의 문화재자료 제526호로 지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