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도 되는 건 빼고 살자는 문구탄산음료에 적힌 문구가 인상적이어서 찍은 사진입니다.
백현숙
"없어도 되는 건 빼고 살자"고 써있다. 없어도 되는 건 뭐가 있을까? 가만있어보자. 몇 가지가 머릿속을 스쳐간다.
남 탓 - 하는 일이 잘 안 풀릴 때 하는 것, 질투 - 나보다 상대방이 잘 나갈 때 하는 것, 과한 욕심 - 지나치게 탐내는 마음. 아마 이런 것들은 없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봤다. 더 중요한 게 있다.
바로 '비교'다. 사전을 찾아보니 '둘 이상의 것을 견주어 공통점이나 차이점, 우열을 살핌'이라 쓰여 있다. 비슷한 점이나 다른 점을 살펴보는 것 역시 비교이거늘 요즘은 누구보다 잘나고 못나고를 가리는 것에 의미가 치중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난 '비교는 고통의 시작이다'라는 말을 좋아한다. 좋아한다기 보다 마음에 새긴다는 표현이 더 맞으려나. 한때는 비교라는 거 꽤 했었다. 남들은 건강한데 난 맨날 시들시들하고 친구는 돈도 잘 벌더구만 난 그렇지 못하고... 이런 생각들이 파이처럼 한 겹 한 겹 쌓이니 달콤함이 들어갈 자리에 쓴맛이 스며들었고, 쓰디쓴 파이를 먹으며 그것이 내 양분이라 생각했었다.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 때 일이다. 어느 날 담임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해주셨단다.
"비교는 남하고 하는 게 아냐. 어제의 나하고 하는 거야~" 이 말에 앵무새같은 아이들은 집에 와서 똑같이 되뇌었다. 담임선생님의 말씀을 거스를 순 없는 법! 그때부터 적어도 아이 앞에선 남과의 비교를 하지 않았다.
닭갈비를 먹다 옆에 앉은 딸에게 "넌 없어도 되는 게 뭐라고 생각해" 물으니 당연함과 잠수를 꼽았다.
고마움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 급할 때 연락 없이 잠수 타는 것. 이런 것들은 없어도 되지 않을까 아니 없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얘기하더라. 동아리 활동하며 사회의 달고 쓴 맛을 아주 조금 느껴봤단다.
때마침 테이블 옆에 계시던 사장님이 탄산음료를 가져다주시며 한 말씀 거드셨다. 우린 단골손님이라 음료도 서비스로 받고 바쁘지 않을 땐 대화도 나누고 하는 사이다.
"맞아요. 찾아와 주시는 손님들을 위해 정성껏 서비스를 해야하는 건 맞지만, 그 서비스를 너무 당연하게 그리고 지나치게 요구하시는 분들이 더러 계세요. 그래서 좀 기분이 상할 때도 있죠."
늘 웃어주시기에 몰랐는데 이렇게 말씀하시는 걸 들으니 사장님 마음이 적잖이 안 좋으셨나 보다. 고마움과 당연함은 같은 단어가 아닌데 더러 감사함을 확대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 이런 태도나 자세 역시 없어야 되는 게 아닌가 싶다.
반대로 있어야 되는 건 뭘까도 생각해봤다. 우선 물과 불, 공기는 생활하는 데 꼭 필요하겠고. 인간 관계에서 싹트는 감정들과 그에 대한 표현이 중요하니, 그래! '대화' 바로 이게 있어야 되는 거다.
좋은 일이든 안 좋은 일이든, 잘 나갈 때든 일이 안 풀릴 때든 편하게 마음 터놓고 이야기 나눌 수 있다면. 시답잖은 말에도 기분 좋은 따뜻한 말 한 마디 오갈 수 있다면. 사이다 마신 후 나오는 뻥 뚫린 트림처럼 조금은 가슴 시원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사이다를 한 병 더 주문했다. 기포 사이의 시원함과 따뜻함을 맛보기 위해. 그리고 적은 금액이지만 사장님 매출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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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년차 일본어강사입니다. 더불어 (요즘은) 소소한 일상을 색다른 시선으로 보며 글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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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도 되면 빼고 살자', 사이다에서 배운 삶의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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