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찻길 바로 옆에는 제주도 보존자원인 빌레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빌레나무는 2003년 곶자왈에서 처음 발견되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에서만 볼 수 있다.
오명숙
산양곶자왈에는 크게 두 가지 탐방로가 있다. 중앙을 따라 걷는 탐방로(유모차나 휠체어도 지나갈 수 있다)와 원으로 한 바퀴 돌 수 있는 원형 탐방로(야자매트가 깔려있지만 울퉁불퉁한 돌길을 포함하고 있다)이다. 나는 중앙 탐방로와 원형 탐방로를 모두 돌아봤는데, 중앙 탐방로를 걸으며 만난 다수의 관광객을 원형 탐방로에서는 단 한 명도 만나지 못했다. 다행인지 원형 탐방로를 돌아볼 때는 산양곶자왈의 진면목을 만날 수 있었다.
당장에 관광객들이 흥미를 가지고 보러 오는 부분이 포토존과 조형물일 수는 있겠지만, 이런 것들은 제주도 어딜 가나 있다. 더욱이 곶자왈에서 제주스럽지도 않는 조형물들을 만나는 생경함을 느끼고 싶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곶자왈에 가보려는 사람에게 개인적으론 산양곶자왈을 추천해줄 수 없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
곶자왈 안에서까지 들어와서 굳이 음료를 사 마시게 하는 카페를 만드는 대신에 산양곶자왈 구석구석에 있는 보물 같은 진면목을 설명해 줄 해설사들과 해설 프로그램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사라진 곳자왈 원형은 쉽게 복원하기 어렵다. 곶자왈을 훼손하고 모양을 변형시켜 눈길을 끄는 것보다는 곶자왈의 속살을 조심히 구경할 수 있는 의미 있는 탐방로들을 그대로 남겨두면 얼마나 좋을까. 산양곶자왈에는 아직 그런 가치가 충분히 있다.
서광동리곶자왈탐방로의 실수들
점심 식사 후 오후 시간에 들린 서광동리곶자왈은 안덕면 서광리에 위치하고 있다. 2012년에 탐방로가 개설되었는데, 1시간 이내로 가볍게 방문하여 걷기 좋은 2.3km 코스이다. 나는 소화도 시킬 겸 천천히 편하게 걸어봐야지라고 생각했는데, 첫 번째 수목 안내판에서부터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