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대국> 이세돌 9단과 알고리즘이세돌 9단이 지난 2016년 3월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구글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5번기 제3국 맞대결이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캐논 1DX 2회 다중촬영.
연합뉴스
응답하라 2016!
이제는 멀게만 느껴지는 2016년 3월 9일, 세기의 대결이 있었습니다. '쎈돌' 이세돌과 구글 딥마인드의 'AI 프로그램' 알파고(Alpha Go)의 챌린지 매치가 그것입니다. 결과는 4 대 1, 알파고의 승리였죠. 지금이야 당연하게 들리지만, 그 당시에는 충격적인 결과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세돌의 패배를 예측한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먼저, 바둑에서 한 수를 두는 평균 경우의 수는 대략 200개입니다.(체스는 약 20개) 판 전체로 경우의 수를 확장했을 때, 우주의 원자 개수보다 더 많습니다. 이는 전 세계의 모든 컴퓨터를 이용해 백만 년 동안 계산을 해도 미치지 못하는 값입니다. 때문에 바둑은 인간의 직관과 창의력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영역이라고 생각되었던 것이죠.
1국에서의 패배는 그야말로 '충격'이었고, 2국와 3국을 연달아 빼앗기자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흘렀습니다. 이세돌의 패배가 곧 인간의 패배로 여겨지면서 인공지능 앞 인간은 나약한 존재라는 것을 이제 인정해야만 했습니다. '4국의 78수', '신의 한수', '인간의 마지막 수'가 없었다면 희망마저 사라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후 알파고는 명예 프로 9단 단증을 받고 은퇴했습니다.
AI의 현재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Theatre D'opera Spatial)>은 2022년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 미술대회에서 1위를 차지합니다. <전기공(The Electrician)>은 2023년 소니 월드 포토그래피 어워드(SWPA)에서 1위를 차지합니다. 래퍼 드레이크와 싱어송라이터 더 위켄드가 함께 부른 노래 <허트 온 마이 슬리브(Heart on My Sleeve)>는 음원 인기 차트에 오른 후 AI가 만든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었습니다.
인간의 마지막 지능이라고 믿었던 '창의력'도 이제는 AI가 대신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어쩌면 이세돌의 78수가 인간이 AI보다 창의적이었던 마지막 순간일지도 모릅니다. 이제는 AI의 능력이 추상적인 두려움을 넘어 현실적인 공포로 다가옵니다. 올해 1월 물류업체 UPS는 12,000명의 직원을 해고했고, 미국 고용정보 사이트 레이오프(Layoffs.fys)에 따르면 올해 사라진 테크기업의 일자리는 4만9386개입니다.(3월 3일 기준)
골드만삭스는 미국 일자리의 약 3분의 2가 AI에 의한 자동화에 노출되어 있다고 계산했습니다. 한국은행은 보고서 <AI와 노동시장의 변화>(2023)에서 전체 일자리 중 12%인 341만 개의 일자리가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습니다. AI 전문가들은 미래의 직업에 대해 다음과 같이 동의합니다.
"결국 모든 직업은 변화하거나 사라질 것이다. 그런데 가장 빨리 대체될 일은 '루틴화'되어 있는 작업이다."
교사도 AI로 대체되는 게 낫지 않을까?
'전통적인' 의미에서 교사의 역할은 크게 다음 세 가지입니다. 첫째, 지식전달자. 둘째, 동기유발자. 셋째, 학습평가자.
하지만 이것들은 AI가 가장 잘하는 '루틴화'된 것들입니다.
AI는 훌륭한 지식전달자입니다. AI는 학습자 수준에 맞는 맞춤 프로그램을 통해 체계적으로 지식을 전달할 것입니다. 한 명의 교사가 20명이 넘는 학습자들 개개인의 수준을 고려해 지식을 주입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AI는 훌륭한 동기유발자입니다. AI는 학생 개개인의 흥미 알고리즘에 따른 영상을 제시해 학습 동기를 유발할 것입니다. 개그맨의 능력을 가진 교사라고 할지라도 유튜브 알고리즘보다 학생들의 관심을 사로잡지는 못합니다.
AI는 훌륭한 학습평가자입니다. 이미 객관식은 컴퓨터가 채점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서논술형은 어떨까요? 텍스트 생성형 AI는 교사보다 더 객관적으로 더 빠르게 서논술형 답안을 채점하고 피드백을 줄 것입니다. 학생과 학부모가 인간의 평가 정확도를 얼마나 신뢰할까요?
이런 질문들을 교사에게 하면 잠시 고민하다, 한 마디를 던집니다. "감정교류! 감정을 나누고 인성을 가르치면서 돌보는 역할은 AI가 못하지!" 맞는 얘기일까요? '보육'도 학교의 한 역할이겠지만, 학교는 본질적으로 '교육 기관'입니다. 감정교류도 인성교육도 중요하겠지만, '교육'이라는 목표를 지워버린다면 그것은 학교가 아닐 것입니다.
그렇다면 교사는 다음 질문에 답을 해야 합니다.
'AI가 인간보다 더 잘 가르치는 시대가 왔는데, 교사는 무엇입니까?'
(다음 기사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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