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1년 10월 6일 전남 여수시 한 요트 정박장에서 잠수작업 실습중이던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같은 달 7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 회원들이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권우성
김씨의 사망 전 12주 동안의 평균 한 주 노동시간은 55시간 43분이었다. 이 조건만으로도 김씨의 돌연사와 업무 간 관련성은 높다고 인정될 가능성이 컸다. 뇌혈관·심장 등 질병의 산재 인정 여부를 결정하는 고용노동부 고시에 따르면, 교대제나 휴일이 부족한 업무를 할 경우엔 '발병 전 12주 동안 1주 평균 업무시간이 52시간을 초과하면 업무와 질병과의 관련성이 강하다고 평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족의 산재(유족급여) 신청을 받은 근로복지공단과 1심 법원 모두 업무 관련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특히 1심 법원은 김씨의 노동시간이 고시상의 기준을 만족하긴 하나 "비교적 단순한 작업이고 작업 강도는 '낮음'과 '중증도'의 중간 정도였다"며 "사망자가 당시 미성년자였다는 점을 감안해도, 만성적 과로에 노출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2심 법원은 "김씨의 노동 강도는 중간 정도를 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김씨는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에 시달렸고, 이 외에 다른 사인은 찾아볼 수 없다"고 업무 관련성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나아가 "김씨는 고교 졸업 때까지 부산에서 살다가 A 공장에 입사하면서 처음으로 연고가 없는 타지에서 생활하며 생산직 노동을 하게 됐다"며 "나이, 경험, 업무강도 등을 고려할 때 김씨는 사망 당시에도 여전히 급격하게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여러 스트레스에 노출된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수직적 문화, 높은 목표 생산량 등을 고려하면 "처음 사회생활을 경험하는 김씨가 작업·식사·휴게 시간을 불문하고 지속적으로 높은 긴장감과 심리적 압박감 느낄 업무상 환경이었다"고도 판단했다. 재판부는 식사시간과 겹치는 잔업 근무 시 컵라면, 빵 같은 간식만 주어진 것에 대해서도 "적정한 휴식이나 영양 섭취도 하지 못했던 걸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사건을 대리한 조애진 변호사(법무법인 시대로)는 지난 1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교대제 노동자가 주 52시간 넘게 일을 해 노동부가 고시한 과로 인정 기준을 명백히 충족했는데도, 근로복지공단과 1심 법원은 이를 모두 간과한 문제가 있었다"며 "무엇보다 상식적으로 19세의 어린 노동자가 돌연사하는 건 굉장히 이례적인데, 공단과 1심 모두 피해자의 나이와 처지, 성인 노동자에 비해 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상황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2심은 이런 부분과 조직문화 등이 구체적으로 고려된 결과"라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사건을 대리하면서 가장 많이 느낀 건 우리 사회가 '어린 노동자'에게 정말 가혹한 사회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동, 청소년을 보호하는 법률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런데 '노동하는 18세'는 보호 대상이 아닌가?"라며 "과로나 스트레스 평가에 있어, 특성화고 졸업생처럼 막 고등학교를 졸업해 바로 일을 시작하는 이들을 성인과 동일한 기준과 잣대로 대하는 게 합리적인가?"라 물었다.
조 변호사는 "조사를 하면서 한 특성화고 관계자로부터 '특성화고 졸업생들이 (현장에서) 제일 바닥에 있다'는 말을 들었다. '외국인 노동자보다 더 아래'라면서, 가장 하대받고 무시받는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라며 "한국은 11월만 되면 수능 수험생들을 격려한다고 전국이 들썩이는데, 대학을 가지 않고 바로 취업하는 이들 또한 많다. 고교를 갓 졸업한 노동자들을 우리가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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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영 기자입니다. 제보 young@ohmynews.com / 카카오톡 rockyrkd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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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5개월 만에 돌연사 한 19세 노동자... 법원 "산재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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