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집단이 안전성과 복원력을 가진다는 의미
김현숙
몇 주간 이 생각들로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사람을 미워하고 탓을 하니 괴로운 건 나였다. 성숙하지 못한 나의 태도에 오히려 자괴감이 몰려왔다. 이 정도밖에 안 되면서 이웃들과 소통하며 살겠다던 나 자신에게 실망했다.
어딜 가나 이런 일은 있을 텐데 그때마다 상대를 원망한다면 안 될 말이다. 사람을 회피하고 무시한다면 나는 더 괴로울 테고, 결국은 사람을 싫어하게 될 것 같았다. 마음을 고쳐먹기로 했다.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 어쩌면 오만한 생각이 아닐지 의심 해 보았다.
개개인이 처한 상황이 다르니 생각과 판단도 다를 수밖에 없다. 사람은 누구라도 자신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기 마련이다.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고 그에 상응하는 태도를 취하는 것은 매우 복잡한 과정이다. 한 사람의 타인도 버거운데 하물며 다양한 사람을 이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면 가장 손쉬운 방법은 그냥 그대로를 인정하는 것이다. 나와 다른 사람, 나와 다른 의견을, 이해하기보다는 인정하는 것이 먼저여야 한다.
'다양성'이라는 말의 의미를 생각해 보았다. 사람들과 차별이라는 화두로 이야기를 나눌 때 빠짐없이 강조했던 말이 '다양성 존중'이었다. 뻔질나게 말로만 주창했을 뿐이었다. 부끄러웠다.
책 <바디>를 읽으며 "다양성은 우리에게 안전성과 복원력을 제공한다"는 구절에 형광펜으로 덧칠했다. 질병이 집단 전체로 퍼지는 것을 어렵게 하는 것도 다양성이었고, 다양성을 가진다는 것은 진화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나와 반대되는 성격의 소유자가 끌리는 이유 또한 다양성, 즉 생물학적으로 상호보완적인 관계가 훨씬 번식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고 했다. 생물이 번식의 방법으로 복제 대신 유전을 택하는 이유도 다양성 때문이다.
다양성은 비단 생물학에서뿐만 아니라 인간 사회에도 안전성과 복원력을 가진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면 조직이 똘똘 뭉치기는 쉽지만, 그 외 사람들을 배척할 가능성은 훨씬 높다. 다양성을 띤 집단은 동질성을 가진 집단보다 변화와 발전의 여지가 많은 건 자명한 사실이다.
책 속 한 줄이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가 되어 주었다.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은 정말로 '이해할 수 없는'이 아니 없고 단지 견해차가 빚어낸 결과였다. 다른 시선을 가진 사람이 아니었더라면 나를 돌아볼 생각도 못 했을 것이다. 괴로움만 줬다고 생각했던 '그 사람'을 달리 생각하기로 했다.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사사로운 것에 목숨 걸지 말자'로 시작한 나의 다짐은 뜻밖의 결과를 낳았다. 있는 그대로를 인정해 주는 일이야말로 다양성을 존중하는 첫걸음이란 걸 알게 되었다. 걸음걸음이 보태어져서 좀 더 나은 나로 진화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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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책을 펴내는 것이 꿈인 사람입니다. 그 꿈을 위해 매일 책을 읽고, 일기를 쓰고, 칼럼을 필사하고, 글을 쓰면서 나아가고 있습니다. 글을 쓰게 되면서 진정으로 나를 알아가는 중입니다. 나를 잘 이해할수록 타인도 더욱 잘 이해하리라 믿습니다. 이후 농촌으로 가서 이주여성들과 노인들의 삶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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