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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격이면 버리는 게 낫다" 눈물로 마늘망 짓밟은 농민들

"kg당 4000원은 나와야 생산비"… 경매가는 3000원대

등록 2024.07.02 16:03수정 2024.07.02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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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휴 마늘생산자협회창녕군지회장 등 전국 마늘 농민들이 "이 가격이라면 차라리 마늘을 버리고 말겠다"며 20㎏들이 마늘망을 짓밟았다. /이일균 기자 ⓒ 경남도민일보

 
올해 전국 첫 마늘 경매식이 열린 창녕군 대지면 창녕농협산지유통센터에서 종일 농민들의 애끓는 고함이 이어졌다.

초매식 의례가 끝난 1일 오전 11시 30분 시작된 경매 전광판에 창녕은 물론 경남·경북과 전남·전북 농민 600~700명 눈길이 일제히 쏠렸다. 관건은 경매 직전 전국마늘생산자협회 집회에서 나온 이야기대로 '생산비를 보전하는 kg당 4000원대 경매가 보장'이었다.

농민들은 "최소한 농가의 생산비가 보장되고 수급 상황이 반영되는 가격이 형성돼야 한다. 오늘 첫 경매가는 앞으로 가격을 형성하는 척도가 된다"고 강조했다.

생산량이 많지 않은 대만산 남도종(6~7쪽 마늘) 경매가 먼저 진행됐다. 제주도와 남해안에서 주로 생산되는 이 품종은 올해 2차 생장 피해(벌마늘 현상)로 30~40% 수확량이 감소했다. 가격은 kg당 상품이 5000원대를 넘었으나, 이날 창녕농협 경매 물량의 5%를 넘지 않아 반향이 크지 않았다.

"4000원은 돼야 생산비를 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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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 상품 경매가가 계속 3000원 대에 머무르자 결국 마늘생산자협회 쪽에서 "불낙!" "불낙!"이라는 고함이 터져나왔다. 경매는 다시 중단됐다. /이일균 기자 ⓒ 경남도민일보

 
조용했던 분위기는 오전 11시 50분에 대다수 품종인 스페인산 대서종(9~10쪽 마늘) 경매를 하면서부터 험악해졌다. 10분 이상 kg당 4000원을 넘은 사례가 없었다. kg당 상품 평균 3600원, 중품 3300원, 하품 2700원대로 낙찰이 이어지자 농민들이 들끓기 시작했다. "치아라 마! 그기 마늘값이가?" "안 파는 기 낫다, 가(가져) 가자!" 

정오를 갓 넘긴 12시 5분께 경매가 중단됐다.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경매사가 "중식을 하고 경매를 재개하겠다"면서 경매 중단을 선언했다.

창녕마늘 생산자인 김창수 전국마늘생산자협의회장은 "두 달 전 풋마늘 경매가가 상품 3500원대였다. 그런데 두 달 동안 힘들여서 말린 건마늘 상품이 3600원에 경매되니 농민들이 참을 수 있겠느냐"면서 "최소 4000원대는 돼야 생산비라도 건진다. 지금 이 가격이면 팔지 않은 것만 못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회장은 "몇 주 전부터 정부에 마늘 수급 상황을 반영한 최소한 생산비 보장 가격 형성을 건의해왔다"면서 "그런데 오늘 뚜껑을 열어보니 4000원도 안 되는 경매가가 나오고 있다. 도대체 소비자가가 얼만데, 정부와 유통업자가 소비자와 농민만 죽이는 꼴"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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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녕군 대지면 창녕농협산지유통센터에서는 올 해 첫 마늘 경매식이 1일 오전에 열렸다. /이일균 기자 ⓒ 경남도민일보

 
오후 1시 30분에 재개된 경매도 20분을 넘기지 못했다. 상품 경매가가 오전과 차이 없이 3600~3700원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성난 농민들과 경매·중매·농협 관계자들이 몸싸움까지 벌였고, 고함이 터져 나왔다. "중매인들도 농민들이 살아야 사는 것 아닌가."


중단됐던 경매를 마늘생산자협회가 나서서 "한 번 더 지켜보겠다"며 재개시켰다. 그 뒤 상품 경매가는 10% 정도 비율로 간혹 4000원대가 나왔다. 그러나 80~90%는 3600~3800원대였다.

결국 마늘생산자협회 쪽에서 "불락!" "불락!"이라는 고함이 나왔다. 불락, 낙찰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경매는 다시 중단됐다.


신창휴 마늘생산자협회 창녕군지회장은 "이 가격이라면 차라리 마늘을 버리고 말겠다"며 20kg들이 마늘망을 짓밟기 시작했다. 전국에서 모인 마늘농민들이 눈물을 삼키며 마늘망을 짓밟았다.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와 기사제휴 협약에 따라 경남도민일보가 제공한 것입니다.
#마늘경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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